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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김재옥 기자 외 2명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다시쓰는 농업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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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농사짓는 시대… 기술은 농업인의 새로운 손

기후변화는 작물의 변화뿐 아니라 농사짓는 방식까지 바꾸게 했다. 하늘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농업인들은 이제는 스마트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사를 짓는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의 융·복합이 연 새로운 길을 따라 기후변화가 가져온 불확실성을 넘어설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베리원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이현규씨.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베리원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이현규씨.
△이현규 베리원딸기농장 대표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베리원딸기농장' 농장을 운영하는 이현규 대표(45)는 2022년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했다. 2009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딸기 농사를 지은 그는 기후가 점점 변화하고 인건비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스마트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큰 결단을 내렸다.

그의 농장은 온도·습도·광량·CO2 농도, 양액 공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종합환경제어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자동 측정 센서가 농작물에 물과 양분을 공급하고 천장을 자동으로 개폐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노동의 질이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온실을 직접 관리해야 했는데 이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언제는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라며 "노동 시간은 줄고 품질과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이현규씨가 고설 재배 시스템으로 재배 중인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현규씨가 고설 재배 시스템으로 재배 중인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고설 재배 시스템으로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고 레일 위에서 수레를 옮기며 편하게 수확할 수 있게 됐다.  

도입 후 2년은 공부의 시간이었다. 영어로 된 프로그램을 독학으로 익히고 컨설턴트를 고용하며 데이터 분석에 매달렸다.

그는 "스마트팜을 설치했다고 모든 것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공부와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데이터를 읽는 눈을 키우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연 매출 7∼8억원 수준이지만 70∼80%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 운영비로 나간다. 현재 설향 품종만 재배하지만 내년에는 킹스베리와 금실 같은 신품종 재배에도 나설 계획이다. 

스마트팜은 투자를 많이 해야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이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젊은 농업인지만 초기 자본이 워낙 커서 청년농들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실정이다.

그는 충북 스마트팜 미래혁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전국의 스농트팜 농가들과 네트워크가 생겼고 다른 시도의 정책도 파악하게 되면서 충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스마트팜 분야에서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 대표는 "시설을 보조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배울 수 있는 현장 교육이 더 필요하다. 3개월 단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사의 1년 사이클을 2∼3년 경험할 수 있는 장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토지를 담보로 한 파이낸싱 정책이 있어야 젊은 세대가 농업에 도전하는데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계속되는 기후변화로 딸기 농가들이 각종 병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자재를 보급하는 정부 사업들이 많아져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충북 충주시에서 쌀팜을 운영하는 안승희씨.
충북 충주시에서 쌀팜을 운영하는 안승희씨.
△안승희 쌀팜 대표

"주변 어른들은 '농사 꽁으로 짓는다'라며 웃으시죠." 충북 충주시에서 '쌀팜'을 운영하는 안승희 대표(41)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밑에서 7년, 독립 후 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기계 설계 관련 일을 하다 30대에 들어서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 자신의 논과 위탁영농을 포함해 경작하는 논만 13㏊(약 4만평)에 달한다. 

그가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기술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계기는 단순히 '편리함' 때문이었다. 모판을 나르거나 농약을 살포하는 일이 너무 고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쉽게, 덜 힘들게 해보자는 생각해서다. 

현재 그의 논에서는 드론이 하늘을 날며 방제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관배수 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전엔 농약을 뿌릴 때마다 허리도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보자고 도입한 게 드론이었죠." 

지금은 드론 방제가 보편화 됐지만 2018년만 해도 낯선 풍경이었다. 드론을 조종하고 있으면 어른들이 '비행기 띄우냐'며 구경하곤 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모를 키우는 모습. 
콘크리트 바닥에서 모를 키우는 모습.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콘크리트 못자리와 IoT 기술을 농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논이나 하우스에서 못자리를 하지만 그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모를 키운다. 다른 지역에서는 종종 시행되는 농법이지만 충주에서는 그가 처음이다. 과거 논에서 못자리를 할 때는 장화를 신고 들어가 일일이 모판을 옮겨야 했다. 지금은 운동화를 신고 지게차로 한 번에 옮길 수 있어 노동력이 60% 이상 줄었다. 냉해나 병이 생겼을 때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콘크리트 열을 받아 모가 더 튼튼하게 자라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에는 '차라리 밭을 하지 1년에 한 번 쓰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콘크리트 타설을 하냐'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정말 편하게 일한다고 부러워합니다." 

IoT 기술을 활용한 관배수 시스템도 농사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방식은 집에서 전등을 켜고 끌 때 사용하는 간단한 IoT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송수신기와 모터와 전동액추에이터를 연결해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논에 물을 대거나 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에 병충해가 많이 발생하자 이에 대응해 품종 교체를 위한 시험도 하고 있다.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유튜브와 SNS 등을 활용하며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소비 추세에 발맞춰 가고 있다.

안 대표는 위탁영농에 드론을 접목해 제초제와 비료 살포까지 대행하는 방식으로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 물길을 여는 시대. 충북의 논과 밭에서 기술과 농부의 땀이 만나 새로운 길이 개척되고 있다.

/박장미·조은영기자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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