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권종민 기자 외 1인 ‘빈집 공포…대구 도심까지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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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 빈집 공포<6·끝>“흉물에서 자원으로”…대구, 빈집 해법은 실행과 결단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하는 대구 빈집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세웠다. 공통된 결론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다. 위 사진은 대구 서구의 위치한 지붕이 무너지고 내부는 쓰레기들로 가득한 빈집.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대구의 빈집은 이제 도시 미래 향방을 가르는 갈림길에 서 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구의 빈집은 5만6천673채. 2019년 조사 당시 4만721채에 비해 39.17%나 늘어난 수치다. 전국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대전·울산·세종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되며, 인천의 증가율(26.56%)보다도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 대구시가 2020년 자체 실태조사에서 파악한 빈집은 4천여 채에 불과했다. 2024년 행정안전부 주관 조사에서는 6천여 채로 늘었지만, 통계청 수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수치 변동이 천차만별이지만 ‘대구 빈집 문제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제도와 철거, 대구 빈집의 현주소
이덕형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겸임교수.
이덕형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겸임교수는 빈집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제도와 관리 체계 강화에서 찾는다. 그는 정부가 2018년 시행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2025년 5월부터 시행될 ‘범정부 빈집관리 종합계획’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을 통해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을 의무화했습니다. 이제는 등급별 빈집 관리로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는 빈집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1등급(활용대상)은 소유자의 자발적 정비, 리모델링 후 도서관·공동시설·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2등급(관리대상)은 안전조치, 지속 모니터링, 주민 공동 이용 공간으로 전환한다. 3등급(철거대상)은 직권 철거 후 쉼터·텃밭·주차장 등 공공 공간으로 재활용한다. 또 철거 후 토지를 공공 활용할 경우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광역단체와 기초지자체 간 협력이 부족해 각 구·군 단위로 문제를 떠넘기는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과감한 재정 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창환 서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여창환 서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빈집을 ‘감기’와 ‘바이러스’에 비유했다. 산발적으로 시작된 빈집이 시간이 지나면 ‘빈집촌’을 형성하고, 결국 도시 재생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 빈집 문제의 역사를 짚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주로 외곽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던 빈집이 1990년대 중반 도심 재개발 바람 속에서 북구 칠곡, 서구 성서, 수성구 지산·범물 일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에는 재개발 계획이 수시로 바뀌면서 원주민들이 집을 방치한 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여 센터장은 “빈집특례법의 초기 목적은 주민 피해 구제였지만 지금은 소유자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 소유자가 협조하지 않아 강제철거가 어렵고, 결국 비용만 보전해 주는 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법으로 재개발 계획 주기의 단축과 과감한 철거를 제시했다. “현재 15년 단위로 세우는 재개발 계획을 5년 단위로 조정해야 합니다. 변모보다는 철거가 우선이고, 그 뒤에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전문가를 연결하는 중간지원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나아가 고층아파트 빈집 증가 가능성을 지적하며 “청년과 취약계층을 위한 ‘만원주택’ 같은 임대사업으로 지역 상생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활용과 혁신, 대구의 미래 해법
권성문 대구대 행정학과 교수.
권성문 대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빈집 활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범정부 종합계획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지자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대응’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권 교수는 “지자체가 각자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맞춤형 대응을 해야 한다. 빈집 관리도 공무원만이 아니라 민간·주민에게 맡겨야 하며 이는 일자리 창출과 세심한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구독주택’ 개념을 강조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일정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서비스로, 도시민이 지방에서 ‘한 달 살기, 일년 살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대구 빈집을 구독주택으로 전환하면 외지인의 유입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고향사랑기부제를 구독료와 연계하면 떠났던 이들이 잠시라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이는 단순한 주거 대안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활성화·청년 주거 안정·관광산업과의 연계까지 아우르는 아이디어다. 권 교수는 “대구가 선도적으로 도입한다면 전국에 확산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아다치 유이치 일본 교토시 건축지도부 빈집대책과장 역시 “교토시는 또 청년층이 빈집 활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입·임대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관광·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면서 “지역에 맞는 행정 상담, 홍보, 전문가 파견, 보조금 지원을 패키지로 운영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빈집 문제를 단순한 정비가 아닌 도시경쟁력 강화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인다. ‘대구가 지금처럼 빈집을 방치한다면 10년 뒤에는 도시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경고다. 동시에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 있다면 빈집은 흉물이 아니라 자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조언도 나온다. 빈집은 방치하면 흉물이지만, 잘 활용하면 도시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대구가 해법을 조화롭게 풀어낸다면 빈집은 더 이상 도시 쇠퇴 상징이 아니라 재생과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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