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마을 김유솔 이장 주도로 빈집 활용 프로그램 활발히 이뤄져
폐가에 가까운 빈집, 완도군 청년 공동체가 손수 재정비
한달살기 프로그램 시행해 큰 인기 끌어

김유솔 완도군 용암마을 이장.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채 빈집 활용에 대해 무작정 달려들었더니 어느새 전문가만큼 많이 알게됐어요.”

지난 7월18일 전남 완도군 용암리의 김유솔(28) 이장은 대구일보 취재진을 만나 당시 완도 용암마을의 빈집 활용법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장은 서울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가 2022년 고향인 완도군 용암리로 내려와 이장으로 당선돼 4년째 연임하고 있다. 김 이장이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을때 가장 처음 느낀 문제점은 바로 ‘지역 공동화’ 였다. 그리고 섬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폐가로 인해 마을 경관, 정주 여건 등 나날이 쇠퇴하고 있었다. 김 이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2~3평짜리 작은 단칸방 빈집부터 주택 내부 짐들이 쓰레기처럼 쌓여있던 빈집들까지 여러 종류의 빈집들을 본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이 집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정비 전 한 빈집은 쓰레기와 폐목재들로 가득했다. 김유솔 이장 제공

김 이장은 마을의 빈집들을 색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한 가운데 ‘빈집 문제’를 ‘청년’이라는 키워드와 연결하기 시작했다. 김 이장은 곧바로 고향인 완도를 벗어나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을 불러모아 시작한 ‘완망진창’이라는 비영리 청년 공동체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현재 마을의 빈집 현황과 빈집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용암리의 빈집들이 생겨난 원인은 매우 다양했다. 어촌 지역 특성상 노인들 인구가 많았으며 그들이 집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한 이후 가족들이 빈집을 방치한 경우와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을 때 집을 사놓고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들 주택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었다. 완망진창은 완도군과 협력해 해당 빈집의 주인들과 접촉했고 협의 끝에 매우 저렴한 가격에 빈집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4채의 빈집을 처음으로 매입한 완망진창은 그 곳을 거점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DIT(Do It Together) 방식’으로 공동체 회원들이 손수 공사를 진행했다.

김유솔 이장과 동료들이 만든 청년 공동체 ‘완망진창’이 빈집을 재정비하고 있다. 김유솔 이장 제공
‘완망진창’ 구성원들이 빈집 재정비를 위해 철재를 옮기고 있다. 김유솔 이장 제공

김 이장은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저희가 건축, 설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당시 해당 업체 직원분들한테 교육을 받아가면서 직접했다”면서 “몸에 페인트 묻혀가며 벽 도배를 하고 큰 유리를 들고 창을 설치하는 등 태어나서 처음 해본 일들을 그때 다해본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23년 3월, 손수 리모델링한 빈집이 완성되고 완망진창은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통해 완도군에 한달 동안 지내고 싶어하는 희망자들을 지원받아 휴식과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 형태의 여러가지 활동도 진행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7월18일 기준 리모델링한 빈집에서 지내고 있는 한달살기 참가자는 총 4명이었다.

또한 완망진창은 전남도, 완도군과 협력해 빈집 중매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 이장은 “이렇게 작은 어촌마을의 경우 부동산을 통해 주거지 계약을 하기보단 마을회관 통해서 중매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청년들 혹은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빈집 정비 후 저렴한 가격에 중매를 해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완망진창의 빈집 활용 프로그램은 지자체, 주민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으며 활동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 7월 ‘잔물결’이라는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한 용암리만의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려는 타 시·군의 요청 또한 늘어났다. 한가지 예로 2024년 전남도의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완도의 한 섬마을인 망남마을 내에서 청년들이 어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의 숙소를 완망진창의 용암리 숙소로 이용했다.

쓰레기가 가득했던 빈집은 ‘완망진창’의 노력으로 깨끗한 모습으로 새단장을 했다. 김정원 기자
현재 한달살이 프로그램 숙소로 사용되고 있는 재정비된 빈집. 김정원 기자

대구일보 취재진이 김유솔 이장에게 빈집 활용에 대해 추후 계획이 있는지 묻자 빈집을 활용해 여러가지 활동을 이끌어간 김 이장은 조금 충격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 이장은 “앞으로 빈집 관련한 계획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철거’ 인 것 같아요”라며 “제가 빈집 활용 사업들을 진행해보니 정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이 많더라고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도 해서 이럴바에는 상태가 안좋은 빈집들은 과감하게 철거하고 남은 공간을 주차장으로 재사용하는 방안들을 계획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빈집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지자체 부서 신설도 매우 필요하다”고 말하며 “집이라는 것이 결국 금전적인 문제가 얽혀있다보니 지자체 측에서도 쉽게 정비·철거 등의 행동을 취하기 어려워했다. 이로 인해 빈집 처리는 계속해서 늦어지게 되는데 주민과 지자체 사이 빈집 관련 업무 전문 기관이 있다면 보다 신속하고 깔끔하게 빈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김 이장은 대구 지역의 빈집 문제에 대해선 “대구의 빈집 밀집 구역을 보니까 대학가 주변이 좀 있는 것 같은데 기존 빈집들을 빠르게 철거하고 완도 한달살기 프로그램 처럼 지자체가 운영하는 저렴한 가격의 쉐어하우스, 공공주택 등을 운영한다면 주민들, 인근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유솔 이장은 “지금 완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오늘로써 또 알게됐다”며 “빈집 활용 방안에 대해 더 연구할 것이며 빈집 문제로 힘들어하는 타 시·군에도 유의미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