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공포, 도심까지 파고들다 <1> 통계는 다른데 문제는 같다
브랜드디자인전문업체 소나무코리아가 ‘GIS 공간분석’ 좌표 변환 시스템을 통해 대구 지역의 빈집 분포를 시각화한 모습. 붉은 색깔이 진할수록 빈집 밀집도가 높은 지역이다.빈집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만 해당되는 국지적 현상이 아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빈집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구는 그 심각성이 가장 두드러진 도시 중 하나다. 이 시리즈는 대구 지역의 빈집 실태를 중심으로 현장의 혼란과 제도적 미비점을 짚고, 향후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편집자 주>
빈집 공포가 대구광역시까지 확산되었다. 급증하고 있는 도심 빈집으로 인한 흉물화, 우범화는 물론 도시재생이나 관광자원화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진홍 기자◆대구 빈집 급증, 혼란스러운 기준
국토교통부는 2018년 빈집 특례법(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했다. 빈집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첫 조치였다. 법은 시·도가 빈집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빈집 정비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19~2020년 빈집 실태 조사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2022년에는 법이 개정되며 빈집 실태 조사와 정비 계획 수립이 5년마다 의무화됐다.
통계청의 빈집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최신 자료인 2023년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중 대구의 빈집은 5만6천673채로 집계됐다. 2019년 조사 당시 4만721채에서 무려 39.17% 증가한 수치로 전국 1 특별시, 6 광역시, 1 특별자치시 중 가장 높은 증감률(평균 10% 증가)을 기록했다. 대전과 울산, 세종의 감소세를 차치하고서라도 두 번째로 높은 인천(26.56%)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문제는 빈집 정책과 관련한 법과 통계상 정의가 달라 전국적으로 빈집의 정확한 추이를 파악하는 것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현재 도시 지역의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 정비법)이, 농어촌 지역은 ‘농어촌정비법’이 규율하고 있다.
소규모주택 정비법은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할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농어촌정비법은 여기에 더해 건축물까지 ‘빈집’ 범주에 넣고 있다. 이와 달리 통계청이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빈집을 ‘조사 시점인 11월1일 기준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택 등의 매매 미분양 등의 사유로 인한 일시적 미거주 주택까지 포함한다. 쉽게 말해 통계청은 일시적 빈집도 빈집으로 보지만, 정책 관련 법상 빈집은 1년 이상 방치된 집만을 빈집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시가 파악한 규모는 앞선 수치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구의 빈집은 모두 6천9채다. 2010년대 후반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2020년 처음으로 대구 지역에 빈집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2020년 대구시가 파악한 규모와 2024년 행정안전부 주관 행정조사 규모는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주택 관련 기관들의 정책안에도 제각각 기준점이 다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2020년 실태조사 당시 4천여 채에 머물렀던 빈집 수는 2024년 행정조사 당시 6천여 채로 늘었다. 대구 9개 구·군중에서 동구가 698채에서 1천849채로, 북구가 505채에서 1천139채로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최초 조사 시 재개발과 재건축, 예정구역 등의 빈집은 제외하고 조사했었으나 행정조사는 기초자료 전체를 전수조사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조사 기준으로 △동구 1천849채 △북구 1천139채 △군위군 582채 △수성구 546채 △달성군 544채 △서구 454채 △남구 385채 △중구 275채 △달서구 235채 순이다. 인구 1천 명당 빈집 수는 △군위군 26.45채 △동구 5.4채 △중·남구 2.83채 △서구 2.78채 △북구 2.75채 △달성군 2.11채 △수성구 1.33채 △달서구 0.45채 순이었다.
대구 북구 칠성동 일원 빈집에 적재물이 쌓여 있다. 김진홍 기자◆실효성 있는 대책 위한 ‘정확한 진단’ 절실
정확한 빈집 실태 파악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제각각인 빈집 실태 파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빈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 정확한 빈집 실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교통부 소규모주택정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여창환 대구 서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1990년대 이전에는 대구 외곽 지역에서 빈집 문제가 발생했다면 90년대 중반 대표적으로 북구 칠곡, 성서 일대, 수성구 지산범물 지역 도심이 재개발되면서 도심 내에서도 빈집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면서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구 도심 지역 재개발 계획이 수시로 바뀌면서 기존 원주민들이 부동산 투자 이득을 보기 위해 집을 방치한 상태로 타지역으로 이사 가며 빈집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고 진단했다.
여 센터장은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 실제 대구의 빈집 수는 최근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는 빈집 실태 조사를 벌이고 정비 계획을 세우는 등 걸음마를 뗐다”며 “빈집 문제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전국 단위의 빈집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농어촌과 도시 간 관리기준을 일원화하고 ‘농어촌 빈집 정비 특별법’과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별법을 통해 그간 시·군·구에만 맡겨졌던 빈집 문제를 △국가 △시·도 △시·군·구 △소유자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고 빈집 정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특례와 제도도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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