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권종민 기자 외 1인 ‘빈집 공포…대구 도심까지 파고든다.'
페이지 정보
본문
대구 도심 빈집 공포<5-1>‘빈집에서 살길을 찾다’…교토시, 줄어드는 빈집률의 비밀

빈집 문제는 일본에서도 일부 지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 총무성이 실시한 2023년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약 899만5천 호로 전체 주택의 13.8%에 달한다. 1988년 이후 꾸준히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심 집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지만 한때 일본의 전국 평균보다 높은 빈집률을 보였던 교토시는 최근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14.0%였던 빈집률이 2023년에는 12.5%로 줄어든 것.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다. 고대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한국의 경주처럼 역사와 전통이 녹아 있는 도시다. 교토시는 어떤 전략으로 빈집 감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현지 취재를 통해 살펴봤다.
◆상담으로 시작된 변화, 전문가 파견·실행으로
교토시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2017년부터 시행된 지역 빈집 상담원 제도는 그 대표적 사례다. 부동산 전문가인 상담원이 지역 주민과 빈집 소유자를 대상으로 상담회를 열고 활용 방법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매년 약 140회 열리는 상담회에는 누적 600가구 이상이 참여했다. 만족도는 96%에 달했고, 실제로 상담을 거쳐 활용으로 이어진 비율도 30%에 달했다. 소유자들이 빈집 처리에 대해 “모르는 업자에게 맡기기 불안하다”는 심리를 행정이 대신 신뢰로 연결한 셈이다.
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토시는 2014년부터 전문가 파견 제도를 운영하며 빈집 활용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했다. 건축사와 부동산 전문가가 직접 빈집을 방문해 수리 필요 여부, 비용 추산, 활용 방안을 조언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800건 가까운 파견이 이뤄졌고, 그중 70%가 실제 활용으로 이어졌다. 행정이 직접 전문가와 소유자 사이를 연결하면서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2023년 ‘빈집대책특별조치법’ 개정은 교토시 움직임에 더 힘을 실어줬다. 교토시는 이듬해 4월 교토부 택지건물거래업협회 등 5개 단체를 ‘빈집 관리·활용 지원법인’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소유자 상담부터 활용 지원까지 전담하며 행정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재정 지원도 빠질 수 없다. 교토시는 지난해와 올해 한정으로 빈집 매각 시 중개 수수료 절반(최대 25만 엔)과 협소 부지의 해체 비용(최대 60만 엔)을 보조한다. 여기에 자녀를 둔 세대가 교토에 이주해 기존 주택을 구매하고 새롭게 고친다면 최대 200만 엔을 지원하는 ‘안심 주택 응원금’도 마련했다.
◆세심한 소통, 방치된 빈집에는 강력한 대응
교토시는 빈집 문제를 단순한 행정 과제에서 ‘문화적 의제’로 확장했다. 2023년 12월 개설된 전용 웹사이트 ‘Kyoto Dig Home Project’는 그 상징적 사례다. DIY 리폼과 리노베이션 사례, 중고주택 활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며, 개설 1년 만에 조회 수 18만 회를 기록했다. 이 플랫폼 방문자들 중 70%가 자녀를 둔 세대였다.
또 미취학 아동이 있는 약 5만 가구에는 광고지를 배포해 중고주택 활용의 장점을 알렸다. ‘빈집 문제는 노인들의 고민’이라는 인식을 깨고, 젊은 세대에게 생활 속 선택지로 다가가려는 시도였다. 최근에는 카드 게임 ‘빈집 어떻게 할래?(どうする空き家?)’까지 개발해 지역 초·중·고등학교와 지역 시민 사회에 배포하며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활용이 어려운 위험 빈집에는 강력한 행정 지도가 뒤따른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교토시는 빈집 관련 5천 건 이상의 신고를 접수했고, 현재(7월 말 기준)까지 68%를 해결했다. 최근 3년간 교토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행정 명령을 내린 도시이기도 하다.
주민들로부터 위험 빈집 신고를 받으면 집 상태와 소유자 확인을 거쳐 해당 건물 소유주에게 집수리를 ‘지도’한다. 2개월 뒤 ‘권고’ 명령을 내리고 미조치 시 기존 세금의 최대 4배에 달하는 고정자산세를 부과함과 동시에 소유주의 이름도 공표한다. 대부분 ‘권고’ 단계에서 소유주가 빈집에 대한 수리나 철거를 거치지만 이를 어길 경우 ‘명령 예고’ 뒤 1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치고 ‘행정대집행’에 나선다. 교토시가 2014년 이후 빈집을 철거한 경우는 단 7건뿐이다. ‘쓸 수 있는 집은 최대한 살리고, 방치된 위험 주택은 단호히 정리한다’는 이원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다치 유이치 교토시 도시계획국 빈집대책과장은 “교토시는 빈집 문제를 단순히 철거와 정리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상담, 지원, 홍보, 행정지도를 종합적으로 추진하며 빈집을 지역의 자산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빈집 문제를 도시 재생의 기회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시 빈집 대책은 주민 참여, 전문가 협력, 제도적 기반, 재정 인센티브, 문화적 접근, 그리고 강력한 행정 집행까지 아우르는 종합 전략이다. 단일 시책으로는 부족하지만, 여러 장치를 결합함으로써 성과를 냈다. 권경선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앞으로 일본 전역에서 빈집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토가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빈집은 지역의 짐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기초자치단체 모델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출처 :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