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푹 꺼져 버린 文 평가, 탄핵 기저 효과는 거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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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026-01-08 10:35본문
취임초 지지 78% 역대 2위
중간평가 총선 180석 압승
탄핵된 전임자 비교된 덕
최근 조사선 뒷 순위 밀려
李도 ‘탄핵 2’ 福 누리는 중
제 몫 업적 따질 날 올 것

김창균 논설주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우리도 마침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갖게 됐네요.” “이런 지도자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꿈만 같지 않나요.” 문재인 정권 초반, 인터넷 공간을 뒤적이다 마주친 대통령 찬사다. 어느 맘카페에 올라온 대화인데 그 ‘추앙’의 강도에 충격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고등학교 고전 교과서에 실렸던 “해동 육룡이 나르샤…” 용비어천가와 어깨를 겨룰 수준이다.
당시 문 대통령 지지율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취임 100일 조사에서 78%였다.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척결 등 깜짝 개혁 쇼로 83% 기록을 보유한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역대 2위다. 임기 중반 선거는 정권 심판 성격으로 치러진다. 어느 나라에서나 집권당이 고전하게 마련이고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문 정권 임기 만 3년을 거의 채운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300석 중 과반을 훌쩍 넘는 180석을 차지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압승이었다.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권에 국민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 준 셈이다.
문 정권은 정말 잘하고 있었을까. 당시 조국 사태에 항의하는 광화문 시위대는 “문재인이 해놓은 업적이 있으면 하나라도 말해 보라”고 외치고 있었다. 실제 문 대통령이 힘주어 추진한 정책들은 한결같이 국가에 대한 부담으로 남았다.
문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는 허위 사실 공표와 함께 시동을 건 탈(脫)원전 정책은 전기료 폭등을 불렀고, 이재명 정권의 ‘인공지능 3대 강국 추진’에 최대 장애물로 남았다. 임기 동안 두 달에 한 번꼴로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근로자가 월급을 모두 저축해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을 7년이나 연장시켰다. “한반도 운전대를 잡았다”더니 트럼프에게 따돌림받고, 시진핑에게 혼밥 괄시당하고, 김정은 남매에게 “삶은 소대가리” “얼빠진 중재자” 막말 듣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도 과분한 지지를 받고 물러났으니 세상은 공평하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때는 때대로 간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순리에 따라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인 모양이다. 지난 연말 한국갤럽의 전직 대통령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잘한 일이 많다’는 응답이 33%로 ‘잘못한 일이 많다’ 44%에 못 미쳤다. 임기를 불행하게 마친 박정희 62%, 김영삼 42%, 이명박 35%에 뒤처졌다. ‘MB 아바타’ ‘MB 적폐’ 등으로 비하하면서 정치적으로 앙갚음했던 이 전 대통령에게조차 밀린 것이 눈에 띈다. 다른 전직들은 재평가를 거치며 지지율이 역주행한 반면 문 전 대통령 평가는 푹 꺼져 버렸다. 이유가 뭘까.
문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취임했다. 그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이 전임자와 대비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모들과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대화하는 모습은 구중심처에 몸을 숨겼던 전임자의 불통을 떠올리게 했고, 5·18 기념식에서 유족을 불러 세워 안아주는 장면은 세월호 유족과 불화했던 전임자 모습과 오버랩됐다. 장관보다 힘이 셌던 ‘왕 행정관’의 이벤트 연출 기법이 덧씌워지면서 이미지 정치는 상한가를 쳤다.
문 전 대통령은 야당 잘 만난 복도 원 없이 누렸다. 전임자 직무 정지 기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야당 대표는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허우적거렸다. 2020년 총선은 정권에 보낸 박수 갈채가 아니라 ‘탄핵과 절연 못한 야당 심판’이었다. 이런 탄핵 기저 효과가 소멸되자 문 전 대통령 평가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거저 주운 행운을 즐기고 있다. 전임자의 상식 밖 행태가 워낙 도드라졌던 터라 이 대통령의 평범한 행동거지도 미담으로 포장되기 일쑤다. 갑질 행태로 비판받을 수 있었던 생방송 업무 보고가 소통 리더십으로 추켜 올려지는가 하면, 정략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대야(對野) 제스처도 화합 행보로 소개된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전망도 ‘화창하게 맑음’이다. 윤 어게인 세력과 퇴행성 연대를 이어가는 장동혁 체제를 마주한 대진표 덕이다. 그러나 이 ‘윤석열 대비 효과’도 어느 순간엔 거품으로 꺼지게 마련이다. 그때부터 이 대통령 자신 몫의 공과에 따라 성적표가 다시 매겨진다. 임기 동안 봉인해 뒀던 사법 리스크 상자가 다시 열리게 될지도 그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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