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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신종수 국민일보 편집인] 골라인을 조금 벗어났어도 아웃은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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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025-12-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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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이면 위헌이지
'덜 위헌인 합헌'은 없다

사법부 잘못 막는다는 이유로
위헌이라는 더 큰 잘못 안돼

위헌 소지 있는 내란재판부법
아닌 새로운 대안 마련해야


골프를 칠 때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디봇 안에 있는 공도 그냥 친다. 오비나 해저드 처리도 룰대로 한다. 한번은 친한 후배와 가벼운 내기 골프를 하는데 후배 공이 오비 경계선 부근으로 날아갔다. 후배가 오비가 아니라며 그 자리에서 공을 치려고 했다. 다른 동반자들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후배가 나한테 와서 판정을 해 달라고 했다. 오비 말뚝과 말뚝 사이를 가상의 선으로 연결해 보니 공이 한 뼘 정도 오비라인을 살짝 벗어나 있었다. 후배는 약간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공을 집어 주며 오비티로 가서 공을 치라고 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법 수정안을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공정한 재판의 핵심인 ‘무작위 배당 원칙’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누구나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했다고 했다.

그러나 헌법 판단의 결과는 흑백이다. 위헌이면 위헌이지 ‘덜 위헌인 합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비면 오비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최소화한 오비라는 말이 없는 것과 같다. 비유가 거칠 수 있지만 법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도 그렇다. 계엄 선포 7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된 데다 총 한 발 안 쐈고,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으니 최소화된 계엄이라고,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과 같다. 예를 더 들자면 당구 4구 경기에서 내 공이 상대 공과 충돌하면 파울(히로)이다. 내 공이 상대 공과 세게 부딪친 것이 아니라 아주 살짝 건드렸다고 해서 파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되겠는가. 축구에서도 공이 조금이라도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면 아웃인데 많이 벗어나지 않고 아웃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하며 플레이를 계속하려고 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골라인 밖으로 벗어난 공을 계속 몰고 가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법안은 아무리 수정됐다고 해도 위헌 시비를 벗어날 수 없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서 위헌 소지가 큰 부분(법무부와 헌법재판소가 내란재판부 추천에 관여)을 없앴다며 당초 위헌 소지 최소화라고 말한 것은 잘못 말한 것이고 삭제로 표현을 바꾸겠다고 한다. 하지만 물 한 바가지에 들어간 새똥을 집어냈다고 해서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재판부를 꾸리는 수정안 역시 위헌의 경계선(무작위 배당 원칙)을 벗어나 있다. 수정하는 방식으로는 위헌 시비를 벗어날 수 없다. 새똥을 집어냈더라도 바가지 물을 버려야 하듯 내란재판부 추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맞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가 지귀연 판사의 침대축구식 재판을 원천 봉쇄하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는 등 내란재판부 추진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귀연식 재판을 막는다는 이유로 위헌 소지가 있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을 막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헌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겠다는 이유로 위헌적인 계엄을 한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비가 난 공을 그냥 쳐서 플레이하면 경기 후 스코어를 제출할 때 실격 처리된다. 축구에서는 오프사이드로 골을 넣으면 아무리 미세한 오프사이드라 하더라도 골로 인정되지 않는다. 위헌 소지가 있는 내란재판부법이 위헌으로 판정되면 당연히 이 법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재판이 지연되고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될 우려도 있다. 민주당이 위헌 소지를 감수하고 이 법안을 강행하려는 것은 사법부를 압박해 원하는 판결을 얻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른바 답정너식 판결을 강요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위헌 소지가 없는 대안을 제시했다. 내란·외환죄와 같이 국가적 중요 사건으로 신속한 재판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 ‘무작위 배당 원칙’을 지키면서 해당 사건만 집중 심리할 수 있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위헌적인 내란재판부법을 더 이상 밀어붙이지 말고 대법원이 제시한 대안을 긍정 검토하기 바란다.

신종수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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