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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사람의 발길·바람의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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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025-12-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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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인구 150만 붕괴가 눈앞인데도 공기는 묘하게 정적이다. 사람의 발길이 빠져나간 자리는 금세 바람의 통로가 되기 마련이다. 그 바람을 되돌리는 일은 결국 인간의 상상력이 맡아야 한다. 오래된 장정(長征)의 기록처럼, 강원도 땅도 늘 외진 길을 걸어왔지만 그 고독이 곧 가능성을 품어온 적이 적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무게를 달아 설명하는 정책의 목록이 아니라, 이 지역이 품은 결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할 서사의 회복일지 모른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은행 강원본부(본부장:양양현) 설립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세미나에서 드러난 조사 결과는 세대마다의 욕망이 미묘하게 ‘결’을 달리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즉, 인구 유입의 요인에 있어 청년은 임금보다 일의 질을 택하고, 중·장년은 복지의 두께를 본다 했다. 마치 춘추시대 ‘견토지쟁(犬兎之爭·개와 토끼의 다툼을 말함. 두 사람의 싸움에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뜻)’처럼, 서로 다른 것에 눈을 고정한 채 흩어지는 발걸음들이다. 그러나 이 차이를 조율하려면 숫자의 기울기를 바로잡는 처방이 아니라, 삶의 온도를 높이는 근원적 자극이 요구된다. ▼흥미로운 건 문화산업이 모든 세대에게 공통으로 작용한 유인이라는 점이다. 지역 주택가격이 누군가에겐 부담이고 누군가에겐 기대치였다면, 문화산업은 나이의 벽을 넘어 모두를 끌어당겼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에 발을 들인다. 문화가 있는 곳에 사람의 체온이 모이고, 체온이 모이면 정착의 이유도 생긴다. ▼강원의 관광자원은 오래전부터 산과 물로만 설명돼 왔지만, 그것만으론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건 그 풍경 안에 인간의 숨을 불어넣는 작업, 다시 말해 강원만의 문화적 맥박을 세대의 감각에 맞춰 번역하는 일이다. 인구 유입은 행정의 문서가 아니라 감동의 현장에서 시작된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에 사람의 발걸음이 다시 찍히는 순간, 강원은 비로소 희망의 미래를 되찾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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