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우리가 윤석열이다"까지 듣게 될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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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025-11-27 10:32본문
尹 어게인 지지 다져 놓고
중도 확장은 헛물켜는 것
계엄 옳았다 주장 동조하면
정상 판단 못한다 의심받아
이런 정당에 누가 표 주겠나
2020 총선 참패 속편 쓸 건가
김창균 논설주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를 마친 뒤 추모관 언덕을 내려오고 있다. 장 대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힘으로 이제 국민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민의 기적을 이룰 때"라고 밝혔다. 2025.11.25/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로 떠들썩했던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 시사 프로를 들었다. 여야 한 명씩과 중도 2명이 패널인 토론에서 여당 스피커가 3대1로 뭇매를 맞았다. “항소를 포기한 게 아니라 자제한 것” “외압은 없었다” “대통령과 무관한 일” 같은 변명은 코웃음 섞인 반박 세례에 머쓱해졌다. 댓글도 99대1로 일방적이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묘하게 도드라졌다. “항소 포기, 정말 몹쓸 짓이었네요. 그래도 국민의힘은 못 찍겠어요.”
또 다른 코너에 출연한 우파 진영 평론가는 “이재명 정권 출범 후 최대 악재”라고 진단했다. 사회자가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겠느냐”고 물으니 선뜻 답을 못 했다. “글쎄, 지금의 ‘국민의힘’이 받아먹을 수 있으려나”라고 말을 흐렸다.
출범 후 최대 악재라는 진단에 딱 들어맞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항소 포기가 ‘부적절했다’가 48%, ‘적절했다’가 29%였다. 부정 여론이 19%p 높으면 확실한 악재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받아먹을 수 있겠냐는 우려도 여론조사로 뒷받침됐다. 내년 지방선거 때 어느 정당이 많이 당선되기를 바라느냐는 물음에 여당 지지가 42%, 야당 지지가 35%였다. 한 달 전 조사 때는 3%p 격차였는데 7%p 격차로 여당 우세가 강화됐다.
그 한 달 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고, “우리가 황교안”을 외치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황 전 총리와 연대를 선언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언행이 ‘즉흥적’이 아닌 ‘전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취지다. 정치는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느냐는 게임이다. 장 대표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발언에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면 낙제점이라는 뜻이다.
장 대표는 연말까지 전통 지지층을 먼저 다져놓고 중도로 확장해 나간다는 스케줄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면회와 ‘우리가 황교안’은 전통 지지층을 겨냥했다는 뜻이다. ‘윤(尹) 어게인’을 주장하는 아스팔트 보수 세력을 집토끼로 확보해 놓은 다음에 산토끼 사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남의 속도 모르고 헛물켜는 격이다. 계엄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집토끼 우리에 산토끼는 들어오지 않는다.
윤 어게인 진영은 “민주당의 무차별 탄핵을 멈추기 위해 계엄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국민이 기억하는 진실은 다르다. 민주당 횡포는 윤 전 대통령이 거대 의석을 헌납하면서 자초한 것이다. 민심을 얻을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자신을 당선시켜 준 선거 연합을 허물고,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행태를 방치했고, 거칠고 폭력적인 국정 운영으로 국민을 화나게 했다.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대안 진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약에 취해 헛것을 보는 것처럼 국민 눈에 비친다. 국민의힘이 이 마약에 미련을 버리고 끊지 못하면 선거에서 과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조국 사태 여진이 이어지던 2020년 초, 젊은 사원들이 주축을 이룬 IT 기업 임원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직원들이 대부분 민주당 편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다. 민주당 욕 많이 하더라”고 했다. “그런데 왜 총선에선 민주당 찍겠다는 젊은 층 답변이 훨씬 많으냐”고 물었다.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투표는 사람에게 하는 것 아니냐. 젊은 사람들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자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안 본다.”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입장 표명을 피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요구에도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얼버무렸다. 탄핵과 결별하지 못하는 태도로 국민은 받아들였다. 2020년 총선 참패의 핵심 원인이었다.
그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옥중 서신을 통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다. 전통 지지층 결집을 촉구한 것이다. 그 지지층은 그러지 않아도 야당에 표를 던졌을 것이다. 반면 표심을 정하지 못하던 젊은 유권자들은 “야당이 승리하면 아스팔트 우파에 힘이 실리겠구나”라고 거부감을 느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이 모두 뭉쳐달라”는 옥중 서신을 띄우고, 국민의힘 대표가 “우리가 윤석열”이라고 호응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민주당이 그리는 최상 시나리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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