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가계 부채의 덫 > 임원진 칼럼

본문 바로가기
회원가입    로그인    회원사 가입      

임원진 칼럼

[임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가계 부채의 덫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025-11-24 09:39

본문

2025112319460412982_x.jpg


가계 부채와 연체율이 한꺼번에 솟구치는 지금의 강원 민생은 겨울밤 얼어붙은 계곡물처럼 금세 갈라질 조짐을 보인다. 도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기준 11조9,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7,112억원 늘었고, 연체율은 코로나 팬데믹기보다 2배 이상 치솟았다. 숫자는 냉정한데 그 뒤에 웅크린 숨은 한숨은 더 차갑다. 빚은 밑 빠진 독이 아니라 삶의 무게가 응축된 그림자다. 버티던 손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계절의 탓이 아니라 구조의 균열이 먼저 떠오른다. 은행 창구에 남은 온기는 희미하고, 거리의 자영업 간판엔 피로가 얼룩진다. 위기는 예고편이 아니라 이미 본편에 접어든 서막이다. ▼“흉년이 들면 먼저 시장의 소리가 사라진다”고 했다. 골목마다 상가임대라고 써 붙인 건물이 즐비하다. 폐업 공제금 기록이 깨질 때마다 상인의 하루는 세간살이처럼 흩어지고 그 틈을 노린 불법 사금융의 발걸음은 그림자보다 빠르다. 이들의 절박함을 먹잇감 삼는 사금융의 짐승 같은 금리는 공동체의 심장을 갉아먹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1,930건에 이르는 폐업 공제금 신청이 접수되었고, 그 금액은 253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원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한 812억원으로 나타났다. ▼‘와신상담’. 고통을 삼켜야 할 때도 있지만 지금의 고통은 개인의 인내로 감당할 성질이 아니다. 제도는 느리고 시장은 차갑다. 대위변제의 눈덩이가 굴러가는 사이 지역경제의 골조는 삐걱거리는 목재처럼 장력을 잃어 간다. 무너지는 소리는 멀리서부터 오지만 균열은 발밑에서 먼저 벌어진다. ▼결국 흔들리는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강원의 민생을 지탱해 온 손바닥들은 더는 미세한 균열도 견디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의 문장이나 견딤의 미덕이 아니라 제때 당겨 올리는 구조의 밧줄이다. 늦으면 삶은 방금 물이 빠진 토사처럼 허물어진다. 이 순간을 놓친다면 내일의 강원 민생은 곪아 터진다. 걱정이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122건 1 페이지
임원진 칼럼 목록
제목
열람중
1121
1120
1119
1118
1117
1116
1115
1114
1113
1112
1111
1110
1109
1108
게시물 검색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85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회원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