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강원 정치권 '젊은 피 수혈' 돌풍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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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025-11-19 09:36본문

청년은 늘 ‘미래’라 불린다. 하지만 정작 현실 정치에서 청년은 과거의 이름으로 소외되기 일쑤다. 특히 지방정치에서 청년은 ‘있지만 없는 존재’로 취급돼 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여야 도당 청년위원회의 분주한 행보는 작은 파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은 정치사관학교를 통해 청년들의 리더십을 키우고, 국민의힘은 청년조직 정비를 통한 정치 진입로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이 변화의 배경에는 청년 세대의 절박함이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방정치는 은퇴한 정치인의 연장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경륜은 무기가 되었지만, 변화는 지연됐다. 이 틈을 청년 정치가 메우려 하고 있다.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 감수성과 문제 해결 방식의 차원에서 청년 정치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치란 결국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도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자. 한국 정치에서 청년은 종종 상징적 역할에 머물렀다. 선거를 앞두고 ‘젊은 피 수혈’이라는 이름으로 외양을 바꾸는 데 급급했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다시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는 단지 정당의 책임만은 아니다.
청년 스스로도 정치라는 높은 장벽 앞에서 자주 포기했고, 기성세대는 이들의 시행착오를 ‘미숙함’으로 간주하며 기회를 줄곧 제한해 왔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바로 지금 강원자치도의 청년 정치가 지닌 의의다. 현재의 흐름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정’에 있다. 단순히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네트워크,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시도는 기존과 다른 진정성을 담고 있다. 정치사관학교나 청년조직 재정비는 ‘준비된 정치’로 가는 길목이다. 청년 정치인을 ‘정치의 소비재’로 보지 않고 ‘정책 생산자’로 키우려는 시도는 변화의 씨앗이 된다. 이 움직임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청년 비례대표제 확대, 공천 시스템의 투명화, 정치 자금에 대한 접근성 보장 등은 정치 입문 장벽을 낮추는 핵심이다.
강원자치도와 같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정치 자금의 접근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 수도권에 비해 기업 및 후원자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지역 정치 세력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역 정치의 활력을 위해 중앙정부와 선관위는 지역 정당 및 후보자가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그래야 청년 정치가 물꼬를 틀 수 있다.
유럽에서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정치활동을 한다. 20대에 이미 선출직에 오르고, 당직을 맡으며 30대면 당 대표를 넘본다. 나이는 젊지만 어릴 때부터 정치활동을 통해 갈등을 조직하고 타협하며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풍부하다. 그래서 40대 초반이라 해도 수십년의 정치 경륜을 자랑한다. 반면 한국에서 정치는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와 경력을 쌓은 뒤 진출하는 황혼의 잔치다. 특정 분야 전문성과 지식·경험이 많고 그 때문에 늙기는 했지만 정치 초년생에 지나지 않는다. 이게 한국 정치의 문제다. 우리 정치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 강원자치도 실험이 바로 그 상상력의 시작이다. 단,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청년 정치가 스스로를 구조적 변화의 주체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치교육’과 ‘사회적 경험’의 축적,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밀착이 필요하다. 우리는 청년 정치를 선거철의 이벤트로 소비하지 말고, 일상적 정치의 구조로 안착시켜야 한다. 정당은 명확한 기준과 공정한 절차로 청년에게 기회를 열고, 청년은 성찰과 학습을 통해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생물학적 나이가 다는 아니다. 이른바 ‘젊은 꼰대’도 많고, 중장연층의 경륜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50대 이상만 가득해 기성세대에 치우친 정치가 미래세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헤아릴까. 한국의 20대 국회는 20대가 한명도 없다. 청년 정치 없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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