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상무이사 겸 미디어실장] 수현이네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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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025-11-03 09:59본문

1990년대 초반 원주경찰서 출입기자로 사건사고 현장을 누볐다. 당시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서 직원들과 어울려 나들이를 갔다. 산과 들은 하루가 다르게 꽃과 단풍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감상에 빠져 키 작은 하얀 들꽃에 정신을 놓아 버렸다. 얼마후 인기척에 놀라 뒤돌아보니 평소 눈인사를 주고 받던 여경이었다.
“기자님! 이 꽃이 무슨 꽃인지 아세요?” 물었다. “음~. 구절초?” 답했다. “아니! 딱딱하게 구절초가 뭐야요. 이쁜 이름이 있는데, 들국화라고 해야죠.” 그렇게 구박을 받던 일이 어제 같다. 구절초(九節草). 국화과에 속한 산국화다. 들국화로 부른다. 꽃은 아기 손가락 두 세 개 크기, 하얗거나 옅은 붉은 빛이 돈다. 꽃말은 ‘우아한 자태’, ‘순수’다. 들국화라는 어여쁜 이름을 두고 멋없이 구절초라고 했으니….
‘나는 높은 산의 소나무나 잣나무가 되기보다 수많은 들풀 가운데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 들풀은 그 빛깔이 각기 다르고 그 향기도 서로 다르지만 봄바람이 불면 모두 함께 웃는다. 나는 이같이 평범함과 조화를 사랑한다. 세상 사람들이 저마다 제 일에 힘을 다해 그 나름의 향기를 낸다면 그 또한 하늘과 땅의 덕이다.’ 김구(金九·1876~1949년) 선생의 ‘백범일지(白凡逸志)’에 나오는 글이다.
정치권에서 백범의 철학을 정책 현장으로 옮겨 꽃 피우는 사람이 있다. “하나의 꽃으로만 채워진 꽃밭보다 다양한 꽃이 어우러질 때 생명력이 넘친다. 지역의 고유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을 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일은 국가적 책무다.” 지난달 31일 청주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다.
김구 선생의 들풀과 박수현 의원의 꽃밭은 서로 통한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지역 한 지역이 저마다 지닌 고유한 정체성과 그 다양성은 소중하다. 여기에 조화와 균형이 어우러진다면 지역과 국가는 지속 가능하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으며 들풀이 만들어 낸 꽃밭 앞에 선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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