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집권해도 변함없는 내란 타령 11개월째, 허니문 자해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025-10-16 11:42본문
계엄 직후부터 대통령 행세
국민 체감 임기 1년 다 돼가
새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며
정권 초반 황금 세월 허송
국정 성과 자신 없어서
내란 편 가르기 집착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50.1%라는 조사 결과가 지난주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우리 지지층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지율은 더 낮을 것”이라고 했다. 50% 선이 이미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맘때 지지율이 70%를 웃돌았다”며 참고 수치도 제시했다.
정권 출범하고 반년 정도까지, 국민이 질끈 눈감고 호의적인 평가와 지지를 보내주는 시기를 허니문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취임 직후엔 지지율이 고공 비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직자 재산 공개 같은 깜짝 개혁쇼를 통해 83% 지지율을 찍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위기 극복 리더십으로 70%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허니문 지지율도 하향 조정됐다. 그렇다 쳐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저조한 편이다.
허니문 기간엔 정쟁도 자제된다. 집권 세력은 “반대편도 끌어안겠다”는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하고, 야당은 협조하는 시늉을 한다. 이 정권 들어서는 그마저도 실종됐다.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은 내부 계파 싸움 때문인지 허니문 관례마저 무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야당과는 악수하지 않겠다”고 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취임 일성을 꼬집으며 “허니문을 날려버린 건 민주당”이라고 반박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일은 6월 4일이었다. 임기 시작 넉 달을 갓 넘겼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길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작년 12월 3일 밤 계엄 선포 직후,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차량으로 국회로 이동하면서 유튜브 방송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그때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력과 권위를 상실했다. 그 진공 상태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메웠다. 검찰, 경찰, 공수처는 민주당의 지휘를 받들어 내란 수사를 했다. 소환하라면 소환하고, 체포하라면 체포에 나섰다. 군 수뇌부들은 민주당 유튜브에 불려 나가 민주당이 원하는 증언을 했다. 외신들은 대한민국 차기 권력 이재명 인터뷰에 줄 섰다. 작년 12월 계엄 직후부터 ‘이재명 대통령 내정자’는 현직 이상의 권력을 휘둘렀다. 온 국민이 그 과정을 함께했다. 이재명 정부가 작년 12월 계엄 이후 시작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재명 정권의 체감 임기는 이미 11개월째다.
이재명 정권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뜻을 펼치게 된 것은 대선 승리 이후”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공감을 얻으려면 대통령 취임 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국민은 그 변화를 보지 못했다. 작년 12월 이후 민주당 사람들은 ‘내란 종식, 척결, 청산’을 입에 달고 살았다. 거기에 시비를 붙었다가는 험한 꼴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집권 후에는 달라졌을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9월 9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26번 외쳤다. “내란 청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9월 2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 동안 내란 세력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고 했다. 민주당 사람들이 내란 우두머리라고 부르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감옥에 갔다. 그들의 지시를 받았던 사람들은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사법 절차에 맡기는 것 말고 무엇을 할수 있나. 내란을 청산하고 뿌리 뽑을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
이재명 정부는 압도적 의석을 안고 출범했다. 야당은 계엄 후유증에 시달리며 지리멸렬이다. 집권 세력에는 거칠 것이 없다. 문재인 정권 때 유행했던 표현을 빌자면 “우리 재명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 특히 취임 직후 6개월 동안 허니문은 국민도 야당도 정권 하는 일에 토를 달지 못하는 법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딱 한 번 주어진 기회를 정권은 “내란 청산” 타령을 되풀이하면서 날려 버렸다. 허니문에 대한 자해 행위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고 했다. 국정에서 성과를 낼 자신이 없으면 편 가르기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국민 절반을 ‘내란 세력’으로 낙인 찍고 “묻어 버리고 싶다”는 민주당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