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상무이사 겸 미디어실장] 매사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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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025-09-16 09:29본문
태조 4년 5월28일 간관(諫官) 이고(李皐)가 조선의 창업주 이성계(李成桂)에게 상언(上言)을 했다.
“바른 말을 구하고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것은 임금의 일입니다. 지난번 헌사(憲司)에서 경솔하게 거둥하는 것과 밤에 풍악을 중지할 것을 청하니 윤허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시 풍악을 울리게 하고 응방(鷹坊)을 설치해 한강에 거둥하십니다. 간(諫)하는 말을 좇는다는 이름은 있으되 간하는 말을 좇은 실지는 없습니다.”
건국후 4년이 흐른 1395년 3월1일 조선 정부는 한강변에 매 사육장인 응방을 설치했다. 이성계는 4월 23일 한강에 나가 응방을 살펴봤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5월27일 태묘(太廟) 건축 현장을 다녀 오다 응방을 또다시 찾았다. 왕의 잦은 응방 행차에 간관이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응방은 고려와 조선에서 매(鷹) 사육 및 사냥을 맡은 관청이다. 매를 이용한 사냥을 즐기던 몽골의 원나라에서 들여와 1275년 처음 설치됐다. 그 횡포와 폐해로 인해 설치와 폐지를 거듭하다 고려 창왕 때 폐지됐다. 그러나 조선 초기인 1395년 다시 설치됐다. 말 많고 탈 많던 응방은 결국 숙종 집권기인 1715년 혁파(革罷)됐다.
우리 역사에서 사라진 매 사냥이 중앙아시아의 전통축제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살부우룬(Salbuurun) 축제다. 올해는 지난달 2일 이식쿨 호수 남쪽 보콘바예보에서 펼쳐졌다. 살부우룬은 이 지역 유목민들의 오랜 사냥법이라고 한다. 독수리와 사냥개가 먹잇감을 놓고 분초(分秒)를 다투고, 말을 탄 사냥꾼은 박차(拍車)를 가하며 흙먼지를 휘날린다. 양 날개를 활짝 펼친 황금 독수리의 비상, 사냥개 타이간(Taigan)의 쾌속 질주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축제 소식을 접하고 내년 여름 휴가지로 키르기스스탄을 잠깐 꿈꿨다. 이식쿨 호수에 몸을 담그고 살부우룬 축제에 참가해 나의 뿌리를 생각하는 것은 어떨지? 우리는 매사냥을 즐기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자들이 아니던가.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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