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 임원진 칼럼

본문 바로가기
회원가입    로그인    회원사 가입      

임원진 칼럼

[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025-09-05 13:26

본문

누가 대상인지 알 수 없게
法 만드는 게 법치 조건
특별재판부, 新방통위법
한덕수, 지귀연, 이진숙
미운털 제거 맞춤 입법
법 짓밟으며 법치 착각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거 같다. 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거 같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썼다./트루스소셜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우리 정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트럼프는 “그런 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폭탄 발언이다.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가 많이 나오는 만큼, 공식 계정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상대가 한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정상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이런 조짐을 사전에 감지하고 급파된 강훈식 비서실장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이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트럼프의 오해를 풀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누가 이런 ‘잘못된 정보’를 미국에 입력했는지 출처를 조사한다고 했다.

이런 발언 주체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부적절했다고 본다. 우선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여진다. 동맹 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용히 전달하는 게 예의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었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국내 정적들을 겨냥해 각종 위법, 위헌적인 조치를 쏟아내면서 비슷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 얼굴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남 얼굴에 뭐 묻었다고 하는 격이다.

메신저의 타당성 문제를 제쳐 놓았을 때 메시지 자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 정부는 내용 자체가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인터뷰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특검이 만들어져 조사하고 있고,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 법치주의에 따른 절차이기 때문에 당초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고 했다. “특검 수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은 맞다. 그러나 그게 “법치주의에 따른 절차”라는 주장까지도 담보하는 것일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법, 입법, 그리고 자유’라는 저서에서 “법치주의는 정부의 모든 행위가 사전적으로 확정되고 발표된 법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뜻한다. 법은 일반적이어야 하는데 특정인을 겨냥해서는 안 되며, 그 법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을 만들 때 그 법의 혜택을 받거나, 그 법으로 처벌받는 대상이 누구일지 미리 알 수 없어야 하는 것이 ‘법치’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특검이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내란 당사자’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국회와 판사 회의, 그리고 변협 등 세 주체가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입법을 예고했다.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계엄 관련 혐의자들에 대해 여권이 바라는 판결을 내려줄 법원을 별도로 설립한다는 뜻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법이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한편,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도 훼손하는 발상이다. 민주당에서 3대 특검을 총괄하는 최고위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판사에 대해 법원이 징계 조치를 내리면 특별재판부 설립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뼈대를 흔드는 입법 여부를 특정 판사 배제와 거래할 대상으로 내세웠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정부 기관장을 몰아내기 위한 위인설법도 추진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 배제, 휴가 반납 등 망신 주기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자 방통위 대신 비슷한 기능의 기관을 만들겠다고 한다. 한 사람을 해고하기 위해 정부 기관을 허물고 새 기관을 만드는 법을 동원한다. 보통 사람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국민 눈이 두려워서라도 기관을 새로 만드는 명분이라도 댈 텐데 대놓고 ‘이진숙 몰아내려고’ 법 만든다고 큰소리까지 친다.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법으로 하는 일은 모든 게 ‘법치’라는 무지와 착각 덕분이다.

이재명 정권의 내란 종식은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일지 모르지만 ‘법의 통치(rule of law)’는 아니다. 정적을 솎아낼 목적으로 법을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거리낌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068건 1 페이지
임원진 칼럼 목록
제목
열람중
1067
1066
1065
1064
1063
1062
1061
1060
1059
1058
1057
1056
1055
1054
게시물 검색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85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회원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