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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이재명 정부, 잘나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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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025-07-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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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대기자

이하경 대기자


친위 쿠데타(self-coup)는 권력자가 무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극히 낮다. 그런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장한 군을 동원해 일으킨 비상계엄은 물거품이 됐다.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이 독재국가로 후퇴할 수 없다는 민주 시민의 완강한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달 중순 열린 세계 정치학회 서울 총회에는 전 세계 103개국에서 사상 최대 인원인 3000여 명의 이방(異邦) 정치학자가 참석했다. 정치학자인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에 세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결과”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한 '부산의 마음을 듣다'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한 '부산의 마음을 듣다'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정부는 돌연한 카오스를 국민의 힘으로 기적같이 수습하고 들어선 특별한 정권이다. 고도의 도덕성과 팽팽한 긴장 속에서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민주적 원리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순항 중이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중시하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했다. 전 정권 인사와 기업인들을 내각에 과감하게 기용한 것은 통합의 신호였다. 이 대통령은 집권당의 무리한 입법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민생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정쟁을 피한 것이다.


검찰개혁을 앞두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5선(選) 정성호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국민을 안심시켰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금융권의 대출을 틀어막는 승부수를 던져 부동산 가격 폭등을 진정시켰다. 실물경제 흐름에 밝은 새 대통령의 주주 친화적 정책에 호응한 주식시장도 상승세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이재명 정부가 중국에 치우치고 미국·일본에 소홀할 거라는 우려를 잠재웠다. 지지율은 60%를 훌쩍 넘었고, TK에서도 과반을 기록했다.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는 유능한 정부가 될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차명대출 의혹이 제기된 오광수 민정수석에 이어 표절 의혹에 휩싸인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미련 없이 사퇴시킨 것은 좋았다. 그러나 보좌관에게 갑질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키려다 민심과 충돌했다. 보수 쪽에서 “정권이 강선우를 끝까지 감싸다 추락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다. 강 후보자가 이 대통령에 대한 유별난 충성심을 드러내 승승장구했다는 서사(敍事)가 등장한 것도 악재였다. 만신창이가 된 뒤에야 물러났다.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도의 소행으로 매도한 극우 강준욱을 국민통합비서관에 기용한 것도 기이한 인사였다. 이틀 만에 사퇴했지만 국민을 실망시켰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 검증 7대 원칙을 “멍청한 기준”이라고 매도했다.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유세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5년은 너무 짧다. 20년을 해도 될 사람이다. 헌법을 바꿔서라도 길게 했으면…”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을 “민족의 축복”이라고 칭송해 “아첨혁신처장”이라고 조롱받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친위 쿠데타 세력을 정리해 놓고 ‘박정희의 차지철’ 같은 위험천만한 아첨꾼을 기용한 것은 어느새 긴장이 풀려 오만해졌다는 신호다.


지난 14일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선 위원장이 청문회를 개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선 위원장이 청문회를 개의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 참사는 어느 정부든 한 번씩 앓고 지나간 홍역이었다. 하지만 모든 정부가 어떻게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김영삼 정부는 초기에 김상철 서울시장(그린벨트 불법 형질변경), 박희태 법무부 장관(자녀의 대학 편법 입학) 등 고위직이 줄줄이 낙마하자 대통령과 장관, 청와대 수석급 이상 40여 명의 재산을 공개하는 화끈한 조치를 취했다. 이게 공직자윤리법 전면 개정으로 발전했고, 1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공개가 의무화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박태준 총리가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그러자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을 만들었고, 노무현 정부는 청문 대상을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는 초대 내각의 인선이 난항을 겪자 비서실장과 인사수석 등이 참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설치했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검증 기능을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했고, 대통령실에 인사기획관을 설치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추천제 형식의 개방적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검증 작업의 사령탑은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다. 강선우 후보자도 김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사퇴해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물러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항간에 나도는 ‘만사현통’이라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대통령의 뜻은 무조건 옳다”는 무오류주의가 투명한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먼 인사가 반복되면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결과에 한국 경제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예민한 시기가 아닌가. 이재명 정부는 잘나가는 지금 자세를 낮추고 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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