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이사 겸 미디어실장] 아! 캠프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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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025-07-07 09:47본문
캠프페이지. 다른 이름은 K-47 공군기지. 춘천 미군 기지다. 2005년 4월1일 폐쇄됐다. 2018년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구조물은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물탱크다. 도심공원으로 개발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에 영문으로 ‘Camp Page’를 입력하면 나오는 정보다.
기지 이름은 장진호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존 U. D. 페이지 중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1904년 미국 미네소타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1950년 12월11일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미 정부는 그의 전공을 기려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로버트 E. 쿼시 하사와 레지날드 L. 알렉산더 병장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쿼시 하사는 1965년 11월 근무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서른 살, 생애는 낯선 땅에서 멈춰섰다. 알렉산더 병장은 1977년 12월 순직했다. 그의 나이 스물두 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캠프페이지는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기지 위로 하루종일 UH-1H 등 수많은 헬기들이 떴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춘천을 사방에서 둘러싸고 있는 산 위를 선회하는 헬기 소리는 심장의 박동 소리처럼 들렸다. 1983년 5월 날카로운 공습경보 사이렌이 하늘을 찢어 놓았다. 가시철망 넘어 붉은 별이 선명한 중공 민항기를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가 캠프페이지로 출근하는 친구 집에는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없는 것이 없었다. 무슨 일을 하시는 지는 몰랐지만 동네에서 가장 잘 살았다. 어느 날 친구 엄마는 큰 주전자에서 검은 물을 한 대접 따라 주셨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미군 부대에서 나왔다는 말에 벌컥벌컥 그냥 다 마셨다. 생애 첫 커피였다.
올해 기지 폐쇄 20주년을 맞았다. 춘천시는 11일까지 캠프페이지 역사 기록물을 전시한다고 한다. 춘천역에 내리면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텅 빈 잡초 벌판. 춘천의 현실이자 상징이다. 오늘 아침 미군 기지가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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