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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이재명 대통령이 꼭 이뤄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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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025-06-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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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꼭 이뤄내야 할 일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후보의 첫 메시지는 단호했다. “내란을 극복하고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는 군사 쿠데타가 없게 하겠다”는 말은 시대의 그늘을 걷어내겠다는 결의로 들렸다.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국가 제1의 책임으로 완벽히 이행하겠다”는 다짐은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분명히 하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명확하다. 민주주의 회복, 국민 통합, 민생 회복, 한반도 평화, 공동 번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국정 과제들보다 먼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일, 바로 그것이다. 이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헌법적 사명을 실현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연이은 참사 속에서 국민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다. 시스템을 시대 상황에 맞게 정비하고 재난 앞에 취약한 시민들을 보호하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민생 회복은 시대적 소명이자 가장 시급한 책무다. 고물가, 고금리, 양극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삶이 무너진 이들을 위해 정부는 더 이상 지시하거나 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공동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국방력보다 더 정교한 외교적 감각과 전략이 필요한 과제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외교부의 책무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신뢰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일은 정치 보복이라는 유혹이다. ‘내란 종식’이라는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을 단죄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의 실현이라기보다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정치 보복으로 비치면 안 된다. 물론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렇지만 그 책임은 헌법 질서와 절차적 정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눈에 혹여 감정적 단죄, 정적 제거를 위한 수사로 보이면 단 한순간에 모든 명분을 잃는다. 즉, 우리는 과거 정권 인사가 수사를 받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일을 수없이 봐 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국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사면된다. 이 순환은 국민에게 신뢰보다 냉소를 안겼다. 따라서 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면 정치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한,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단을 통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별도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도 그런 의심받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을 것으로 판단된다.

진정한 지도자는 ‘편 가르기’를 멈추는 리더십에서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정치가 편을 가를지라도, 국민은 편을 가를 필요 없다”고 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이라는 최악의 분열 속에서도 ‘원한 없이, 자비로’라는 태도로 남과 북을 통합하려 했다. 정적에 대한 자비는 때로 더 큰 정의가 된다. 넬슨 만델라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열을 극복하면서 진실위원회를 통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겠다”는 방식으로 통합의 길을 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력한 시민’이 아닌 ‘책임지는 시민’이라는 관점을 정착시키며 극우의 부상을 견제했다. 그녀의 리더십은 언제나 감정이 아닌 원칙과 절차를 앞세웠다.

이 대통령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분열보다 통합, 감정보다 법치, 대결보다 존중을 우선하는 대한민국의 큰 지도자가 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통치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건축가다. 대통령이 선택해야 할 언어는 권위의 언어가 아니라, 공감의 언어다. 이제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 세상’을 꿈꾼다면, 그 실현은 바로 ‘함께 살아가는 조건’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반대했던 이들도 품고, 생각이 다른 이들의 작은 목소리도 가슴으로 크게 들으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분열의 시대를 넘어 통합의 시대를 만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직은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 지금부터 오직 국민만을 위해 헌신한다는 각오로 구름 위에서 내려올 때 국민은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구름 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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