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강윤경 부산일보 논설주간] "부산 지방선거 불 나겠네"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025-06-11 10:01본문
이 대통령 취임 후 콕 집어 부산 강조
해양수도 부산 공약도 이행 본격화
지역 문제 아닌 국가 미래 달린 과업
수도권 일극 해체 없이 희망 없어
균형발전 진정성 실력으로 증명해야
진보든 보수든 지역이 최고의 가치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부산의 정치 지형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오거돈 부산시장을 비롯해 16개 구·군 중 수영구 서구 기장군을 제외한 13곳의 기초자치단체장을 차지했다. 42개 시의원 지역구 중 38곳도 민주당 몫이었다. 기초의회 역시 12개 구·군을 민주당이 장악했다. 1995년 지방자치 시행 후 여섯 차례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진 보수 정당이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원을 독식했다. 20여 년간 진보 진영에서는 시장은 물론이고 16개 기초단체장과 42개 시의원 선거구 중 단 한 곳에서도 승자를 내지 못했다. ‘말뚝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그만큼 2018년 부산의 지방선거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만연했던 영향이 컸다. 전국적으로 여당 바람이 거셌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쇠락해 가는 부산의 현실이 좀체 나아지지 않으면서 지방정부를 장악했던 보수에 대한 시민의 피로감이 시너지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20여 년간 요지부동이던 부산 민심이 그 변화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진보 진영을 화끈하게 밀어준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방정부는 그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전임 시장들의 과오를 파헤치고 흔적을 지우는 일이 시정의 주를 이뤘고 새로운 비전이나 희망을 주지 못했다. 준비도 실력도 갖추지 못한 모습은 시민에게 실망감만 안겼다. 평화 이벤트는 지속 가능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의 쇠락과 함께 시민의 기대도 싸늘하게 식었다. 가덕신공항을 되살려낸 게 큰 공이라면 공이었지만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는 노무현 정부의 발치에도 못 미쳤다. 결국 오거돈 시장의 성범죄로 민주당 지방정부의 운명만 재촉했다.
역사의 시계가 다시 돌아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진보 진영이 집권하고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득표율을 기반으로 내년 PK 지방선거 지형도에 대한 분석이 넘쳐난다. 진보 정권의 대선 첫 부산 지지율 40% 돌파 의미를 놓고도 진보의 희망과 한계 이야기가 동시에 나온다. 이제 관심은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로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의 신속한 부산 이전을 지시했다. 마침내 지난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1·2기 지도부와 함께한 만찬 자리에서 유일하게 부산 인사로 참석한 서은숙 전 최고위원에게 “내년에 있을 부산 지방선거에서는 불이 나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PK 탈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례적으로 부산을 콕 집어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해수부 이전과 해사법원 설립, HMM 등 해운 기업 유치, 북극항로 등을 앞세운 해양수도 공약으로 부산 민심을 파고들었다. 산업은행 이전 등에 대한 민주당 비협조는 부산 공약에 대한 진정성 논란을 낳았는데 취임과 함께 해양수도 부산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섬으로써 명실상부한 해양수도 부산과 해양강국 실현의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해양수도 부산이 특정 지역에 떡 하나 더 주는 차원이 아니라 균형발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국가적 비전 속에서 이해되어져야 하는데 앞선 정부들에서 보듯 그렇게 호락호락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인천과 세종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그 틈을 타 서울 언론들이 지역 간 이간질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일극화로 성장 잠재력이 한계에 달한 국가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철학 없이는 뚝심 있게 밀고 가기 힘든 과업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수도권인데다 대선 토론 과정에서 가덕신공항을 언급할 때 언뜻언뜻 비치는 모습이 균형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엿보기 어려웠던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강조하듯 국정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부산은 여전히 지역 소멸의 경로의존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윤석열 정부의 서울 부산 두 바퀴 성장 전략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민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였지만 지역 정치권의 무능도 큰 몫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1년이 서로 간의 네 탓 공방이 아니라 지역을 살릴 방안을 찾는 불꽃 튀는 경쟁의 시간의 되기를 기대한다. 부산을 살리고 희망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시민들은 진보든 보수든, 여든 야든 화끈하게 밀어줄 준비가 돼 있다. 강윤경 논설주간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