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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진우 매일경제 논설실장] 피크코리아 대선, 새로운 S커브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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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025-05-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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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찍은 한국, 어디로 가나
성장 멈췄는데 해법 불투명
이번 대선 쇠퇴·재도약 분기점
고통분담 설득할 인물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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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앞으로 다가온 6·3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가 '피크코리아'를 체감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번째 대선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3년 전 20대 대선만 해도 한국이 정점을 찍고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위기의식은 미미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강국 대접을 받았고, 실제 기업 실적도 좋았다. 챗GPT, 딥시크 같은 인공지능(AI) 충격도 없었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많은 국민이 일상에서 국가 쇠퇴를 실감한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청년 실업난 속에 올해 0%대 성장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우리 기업들의 활약도 예전 같지 않다. 나라의 밑바닥이 다 드러났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내 자식이 나보다 더 못살 것 같은 나라에선 사회 전반에 매가리가 없어진다. 미래를 위한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각자 눈앞의 이익만 좇는다. 지금 한국의 모습이 딱 그렇다.

피크코리아의 구조적 원인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 저출산·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 구조 변화, 둘째, 정체된 노동생산성, 셋째, 투자 위축이다. 이 세 요인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시키고, 구조적 한계를 더욱 심화시킨다. 


정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국가라면,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판에선 턱도 없는 얘기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성장 산업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피크코리아에 대한 해법은 부실하거나 엉뚱하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한 포퓰리즘 공약이 즐비하다.

구조개혁 없이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는 단기 부양책, 생산성은 쏙 빠진 노동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구체성이 결여된 규제 완화, 재원 대책 없는 복지 확대 등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약화시킬 뿐이다.
 

국가 전체를 리부팅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은 없고,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해치운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조기 대선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국가의 성장과 쇠퇴를 S커브로 설명했다. 초기에는 느리게 성장하다가 일정 시점에서 급격히 팽창하고,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되며, 종국에는 쇠퇴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국가가 반드시 쇠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새로운 S커브, 즉 새로운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관건은 고통을 무릅쓰고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력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는 1960~198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출 주도 전략으로 1차 S커브를 그렸고, 1990년대 이후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2차 성장 곡선을 탔다. 이제 3차 S커브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기세가 시들하다. 이런 시점에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는다.

국민들을 설득해 변화와 고통 분담의 길을 트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이번 대선은 한국이 다음 S커브로 도약하느냐, 쇠퇴하느냐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새 대통령은 어려운 형편의 기업 최고경영자가 그러하듯, 아마도 궂은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미안하지만 이건 바꿉시다' '미안하지만 이번엔 양보해주세요'라며 손을 잡아끌 수 있는 후보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공약보다는 후보가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는 게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진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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