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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최미화 대구일보 편집인 겸 이사 편집국장] 바다는 / 고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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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8회 작성일 2025-11-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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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 고성기

 

바다는 예전부터 나눗셈을 모른다/ 밀물과 썰물은 다시 합쳐 바다일 뿐/ 언제나/ 편 가르지 않고/ 그냥 오고 그냥 간다// 밀어내는지 당기는지/ 모른다 멍하니 볼 뿐/ 그래도 하루 두 번 밀려오고 밀려간다/ 난 몰라/ 사람이나 알지/ 품 넓으면 말이 없다// 너를 밀어낸 적도 없고/ 너에게 돌아선 적도 없다/ 그 높이 그 깊이로/ 바라볼 뿐이었다/ 바다는/ 그래서 짜나/ 섬이나 바라볼 뿐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2025, 그림과책)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는 고성기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조집이다. 시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섬은 내가 낳고 자라서 결국 묻힐 곳이다. 내가 섬이다. 내가 낳은 시들도 섬이 되어 여기 묻힐 것이다. 섬은 온통 그리움과 기다림이니 고독과 단절이 낳은 숙명이다. 그리움도 기다리다 잦아지면 짜다.

섬에 사는 시인의 정서 표출이 솔직담백하여 공감이 간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짜다, 로 결론 맺고 있다. 그 짠맛으로 살고 있다는 뜻도 되겠다. 문학평론가 전해수의 의미부여처럼 ‘섬의 상상력과 순백의 시조’를 지향하는 것이 그의 시의 중요한 지향점이다.

「바다는」에서 보듯 그는 화려한 수사나 빛나는 비유보다는 바다를 보면서 진솔한 생각을 넓게 펼친다. 그 점이 도리어 더욱 시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이어서 바다를 보다가 문득 예전부터 나눗셈을 모른다, 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있다. 밀물과 썰물은 다시 합쳐 바다일 뿐 언제나 편 가르지 않고 그냥 오고 그냥 간다, 라고 담담히 진술한다.

세상은 편 가르기로 편만한데 바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진실로 바다를 배워야 할 일이다. 그리고 밀어내는지 당기는지 모르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하루 두 번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을 기억하면서. 품 넓으면 말이 없는 바다 앞에서 너를 밀어낸 적도 없고 너에게 돌아선 적도 없는 이의 삶을 기억한다. 오로지 그 높이와 그 깊이로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짠 바다에서 화자는 이윽히 섬이나 바라보면서 나 자신이 섬임을 깨닫는다.

이렇듯 「바다는」는 자연 친화적이다. 바다 친화적이다. 분리할 수 없는 바다와 섬, 섬과 나, 바다와 나라는 존재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하나로 살고 있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그는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생명파 시인이다.

이제 인생의 고락을 함께 한 제주 섬은 시인의 마음속에 안주한 존재의 섬이 되었다. 섬의 그리움과 기다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는 이번 시조집을 통해 섬처럼 고독하게 사는 인간의 마음이 그저 모두 섬이란 것을 고성기 시인이 그의 시조를 통해 일깨워주고 있다.

전해수 문학평론가의 말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출처 :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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