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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지자체장의 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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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2024-04-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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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한 여행지로 전남 담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논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웅장함을 뽐낸다. 경남 창원의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길 역시 양옆에 논밭이 자리해 벼의 생장에 따른 색감과 어우러져 특별한 정취를 풍긴다. 충남 공주 정안천 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습지 속 산책코스로 인기를 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춘천 남이섬도 빼놓을 수 없다. 메타세쿼이아 길 명소의 공통점은 습기를 풍부하게 머금은 곳이라는 점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관광명소로 각광받자 강원도내 여기저기에서 따라 심었다. 가장 최근으로는 춘천시를 꼽을 수 있다. 2019년부터 시내 아스팔트 열기를 없애겠다며 무려 100㎞에 구간에 나무를 심는 바람길 조성사업에 착수했는데 거두리와 장학리에는 메타세쿼이아를 심었다. 4억원을 들여 420그루를 심었는데 1년도 되지않아 50여 그루가 말라죽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을 좋아하는 수종이니 적지에 심기만 하면 별 관리없이도 잘 크지만, 건조한 도심에서는 말라 죽기 다반사다.

이런 잘못은 이미 10년 전 강릉에서 발생했다. 2014년 강릉시는 솔올택지에 심었던 메타세쿼이아를 경포의 저류지로 옮겨와야했다. 2019년 또다른 외곽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골치라는 뉴스가 나왔다. 너무 크게 자라 인도로 다닐 수 없을 정도라는 시민 항의였다. 강릉은 유난히 가로수 구설수가 잦은 곳인데 2021년에는 2억원을 들여 해변에 야자수를 심었다가 말라 죽거나 태풍·추위를 피해 이리저리 옮기느라 수억원을 더 낭비한 뒤에 결국 철거됐다. 과거 강릉과 춘천에서 경쟁하듯 키 큰 소나무를 도심 가로수로 심는 일도 벌어졌다. 상록수여서 겨울이면 도로를 그늘지게 해 빙판을 만들 뿐만 아니라 강풍, 폭우, 폭설이면 운행 차량에 위협을 가하는 흉기로 변할 수 있어 산림직 공무원이었다면 자발적으로 추진할리 만무하기에 ‘시장의 개취’ 곧 개인 취향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 지역의 가로수나 조경 하나만 보더라도 지방행정의 전문역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정원사업이니 힐링문화니 해서 시민들의 조경과 정원문화에 대한 안목은 훨씬 높아졌는데, 지방행정은 그 수준을 따라잡질 못하고 있다. 산철쭉이 흔하다며 석회암지대 알칼리 토양에 심고, 녹병으로 상극인 향나무와 꽃사과나무를 나란히 식재한 공원 등 비상식적인 사례는 흔하다. 지자체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반론도 펴지못할 정도로 경직된 조직이든가 전문성 고려없이 배치되는 인사 불합리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고위직의 사익 내지 친소, 호불호가 공적 행정에 개입해 폐단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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