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강윤경 부산일보 논설주간] 우리는 다른 나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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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025-08-20 09:16본문
10년간 서울 집값 부산보다 3배 올라
수도권은 불장 비수도권은 냉기 가득
부동산 초양극화 뉴노멀로 자리한 듯
새 정부 지역 부동산 경기 인식 안일
다주택 규제 완화 등 특단 대책 필요
실효적 부동산 정책 균형발전 가늠자
집값 이야기다. 서울의 부동산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이른바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에 들어가자 지난달에는 거래량이 줄어들며 시장이 관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강남권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 조심이 나타나는 등 상승 추세는 여전히 굳건하다. 서울이라는 지역적 희소성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꺾일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학습효과도 한몫한다. 진보 정권에서 집값이 더 오른다는 역설이 오히려 시장의 믿음인 듯하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수도권 부동산이 불장을 이어오는 동안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최근 부산의 하이엔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반짝 열기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냉기가 가득하다. 쌓여있는 악성 미분양 물량을 감안하면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산 아파트 가격은 몇억씩 떨어진 게 예사인데 서울이 몇억씩 올랐다는 건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쌓이는 미분양 물량만큼이나 상대적 박탈감도 쌓여간다.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부동산 양극화가 추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올해 들어 전개되는 양상은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다. 이전의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동조화 현상이 있었다. 서울이 뜨거워지면 부산은 따뜻해지고 대구는 미지근해지는 정도의 온도차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지인’이 지난 10년간 전국 주요 도시의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부산의 3배가 넘었다고 한다. 이 기간 부산의 평당 아파트 매매가격이 823만 원에서 1226만 원으로 48.9% 상승했는데 서울은 1750만 원에서 4482만 원으로 156.1%나 올랐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해당 지역 경제력을 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망국적 수도권 집중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집값이라는 이야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초양극화가 진행된 지난 10년간은 인구와 GDP에서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추월한 시기와 일치한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초저출생 누적으로 우리나라 총인구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집값 초양극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말로만 균형발전을 내세울 뿐 어설픈 부동산 정책으로 수도권 쏠림을 더 부추긴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낳았고 강남 3구의 아파트값 급등을 불렀다. 지역 부자들까지 한강 변 아파트 매수에 가세했다고 하니 말 다 한 거다. 애초의 부동산 정의는 온데간데없고 일부 고위 관료 소유 강남 부동산 급등이라는 내로남불만 남았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이야기한다.
수도권 공급 확대도 마찬가지다. 집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수도권에 수요가 과도하게 쏠리는 게 문제인데 공급 확대는 수도권 쏠림만 더 가속화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게 답일 터인데 늘 정책은 변죽만 울린다. 비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차별화된 특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인데 중앙 관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새 정부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내놓은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에 따르면 소멸에 처한 지방 도시의 집 한 채를 추가로 매입할 경우 1주택자와 같이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세컨드 홈’ 제도를 확대한다는 것인데 정작 광역시는 빠졌다. 광역시에 같은 혜택을 줄 경우 집값 상승 등 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지역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새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한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부동산 초양극화 대책과 함께 가야 한다. 망국적 수도권 집중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초양극화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집값 초양극화가 국가 통화정책마저 왜곡시키는 지경이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국민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갈등을 초래하며 궁극에는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 것이라는 경고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뼈를 깎는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다. 부동산 정책은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의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부동산 정책을 통해 초양극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강윤경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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