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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이사 겸 미디어실장] 옹달샘 연가(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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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회 작성일 2025-06-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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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하다가 / 목 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독일 민요에 윤석중 선생이 가사를 붙인 ‘옹달샘’이다.

남춘천역 인근 고가철도 밑에 ‘옹달샘’이 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이 아니다. 맑고 맑은 옹달샘도 아니다. 그냥 풍물시장 한편을 지키고 있는 선술집이다.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난 토끼가 아니고 소시민들이 즐겨 찾는 주막이다. 달밤에 숨바꼭질하던 노루가 아니고 하루 종일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심신을 위로하는 힐링 공간이다.

주인장은 60대 중후반의 어르신이다. 구부정한 자세로 밀가루에 고추장을 풀고 매운 청양고추를 썰어 묽은 반죽을 한다. 후끈 달아 오른 프라이팬에 콩기름을 “휘이익~” 두르고 맛난 장떡을 만들어 내놓으신다. 싱싱한 새우젓에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 국물에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두부찌개도 끓인다. 어떤 날은 임연수어와 고등어를 노랗게 구워 생선구이도 내주신다. 주메뉴는 따로 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울퉁불퉁 누우런 주전자에 찰랑찰랑 가득 담아 주는 막걸리다.

최근 직장 동료의 안내로 이 집을 처음 찾았다. 같이 하는 시간이 더하면 더할수록 자리는 무르익었다. 서먹하던 선후배들은 금방 한 식구가 됐다. 어제 그제 서울서 학교 동창이 고향을 찾았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어디로 모실까 궁리하다 ‘옹달샘’으로 이끌었다. 그날도 주인장 누이는 시그니처 메뉴인 장떡을 부치고 있었다. 맛난 김치에 막걸리가 나오고 곧 소박한 상이 차려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50년 전 시골학교에서 풍금 반주에 맞춰 ‘옹달샘’을 부르던 우리는 어느새 반백이 되어 ‘옹달샘’에서 인생을 노래하고 있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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