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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진우 매일경제 논설실장] 韓에 ‘기회의 문’이 닫힌 적은 없다…조기대선의 ‘감춰진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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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025-05-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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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충격발 위기 조짐 뚜렷
구조개혁 계기 ‘축복’ 될 수도
고통분담 요구 리더십이 관건
새 정부 초반에 변화 물꼬 터야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축복이 될지, 저주로 남을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IMF 정책 프로그램은 본래 우리가 추진하려 했으나 미루어 왔던 과제들입니다. 외세의 압력으로 이를 실행하게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외부 충격은 때때로 새로운 발전의 동인이 되기도 합니다.”

1998년 3월, 강만수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의 퇴임사 일부다. ‘감춰진 축복’의 역설이 압축돼 있다. 다행히 이후 역사는 축복 쪽으로 흘렀다.

오늘날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에 약이 됐다는 평가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 떠밀리듯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부실을 도려내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임창열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1997년 12월 3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미셸캉드쉬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강만수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두번째 줄 맨 오른쪽)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매경DB사진 확대
임창열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1997년 12월 3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미셸캉드쉬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강만수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두번째 줄 맨 오른쪽)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매경DB

10여 년 뒤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결과적으로 도약의 기회로 작용했다. 한국은 국가신용등급을 끌어올렸고, 세계 7대 수출국이자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을 얻었다. 그 정부엔 기획재정부 장관이 된 강만수도 있었다.

한국이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내수시장은 박살 났고, 수출도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뒤처지는 산업·기술·인재 경쟁력은 국민과 기업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부도, 구조조정, 감원 같은 으스스한 단어가 신문지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이번에도 강렬한 외부 충격이 한국의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축복이 될지, 저주로 남을지는 우리 하기 나름이다.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시비를 거는 비관세장벽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 제도와 관행이다. 고치면 미국뿐 아니라 우리에게 득이 된다. 제조공장 해외 이전 역시 국내 노동 관행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일취월장한 중국의 산업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처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한국이 생존하려면 중국이 못하거나 안 하는 분야를 발굴해 진작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렇게 못한 것은 기득권과 관행의 안락함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의 문은 닫힌 적이 없다.

최근 만난 우리 기업인들은 뜻밖에도 관세를 큰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모두에게 같은 관세가 적용되면 경쟁 구도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은 ‘관세전쟁 이후’에 쏠려 있었다. 얼마 전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불평을 한 것이 화제에 올랐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퍼붓는 바람에 매장 진열대가 텅 비게 생겼다는 얘기였다.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되물었다. 그렇다면 중국산 제품이 사라진 진열대는 어느 나라 제품으로 대체될까. 물론 가장 유력한 대안은 한국이다.

어떤 기업인은 미국 출장에서 만난 로봇 스타트업 사장의 얘기를 전해줬다. 그 사장이 “중국 휴머노이드가 미국 땅을 밟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을 하더란 것이다. 안보와 소비자 안전에 직결되는 첨단 제품의 경우, 아무리 값싸고 우수해도 미국은 자국 시장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 기업인은 ‘아직 기회가 남아 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큰 개혁은 큰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달성된다. 관건은 손실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한국에선 임기가 충분히 남아 있는 새 정부의 말발이 가장 세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임기 초반의 김대중, 이명박 정부가 수습에 나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위기의 문턱에서 곧 대선이다. 어쩌면 감춰진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진우 논설실장. 연합뉴스사진 확대
이진우 논설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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