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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상무이사 겸 미디어실장]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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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025-12-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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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언론, 언론과 역사는 사촌지간입니다.


역사는 과거의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합니다. 언론은 현재의 시사적인 사실을 보도합니다. 양측 모두 사실(事實), 팩트(fact)가 기본입니다.


역사학에서 사실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진정 어떠하였는가(wie es eigentlich gewesen)’ 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1795~1886년)의 실증주의 역사관입니다. 엄밀한 사료 비판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보조 학문으로 고고학, 금석학, 고전학(古錢學), 연대기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언론에서도 팩트는 가장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입 기자들이 경찰서를 출입하며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를 주문처럼 외우는 이유도 사실에 기초한 취재 보도의 중요성을 익히기 위한 것입니다.


역사학에서 랑케가 가고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베네데토 크로체(1866~1952년)가 왔습니다.


그는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라고 설파했습니다. 그 의미는 이렇습니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관점에서 과거를 본다. 따라서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재평가에 있다. 그렇습니다. 역사가가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재평가하지 않는다면, 기록될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역사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이 역사철학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R.G 콜링우드(1889~1943년)는 역사는 ‘사실 그 자체’나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의 사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과 해석의 상호관계 속에 있는 양자(兩者)라고 강조합니다.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에 살아 숨쉬는 과거인 것입니다. 과거 사실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 기록은 사실의 선택과 그 해석의 결과입니다.

 


▲ E. H. 카아

▲ E. H. 카아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사실 여부를 놓고 다투다 “그거 신문에 났어!!”하면 말싸움이 끝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방송도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신문은 정보를 독점하고 여론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의 단순한 사실 전달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 언론의 역할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우리들의 삶과 공동체에 의미가 있는 사실을 취사 선택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습니다. 언론의 의제 설정은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선택의 결과이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평가이자 해석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역사와 언론, 언론과 역사는 이란성 쌍둥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언론의 팩트 체크나 역사의 사료 비평은 기본 가운데 기본입니다.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과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평가는 사실 그 자체 만큼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 주말 은사인 길현모(吉玄謨) 선생이 1966년 4월19일 번역 출간했던 E.H. 카아(1892~1982년)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책표지는 세월따라 누렇게 변해 있었지만 내용은 변함없이 혜안이 번득이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가짜 역사책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위서(僞書)는 입에 담을 필요도 없겠죠.


곧 새해입니다. 병오년 한 해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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