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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김건희 특검 막으려고 계엄'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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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025-11-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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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뉴시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뉴시스

대장동 항소 포기 의혹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정신분열적이다. 대장동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와 개발업자들이 유착한 부패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대장동 일당 5명에게 4년에서 8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판단을 유보했는데 민주당은 이 부분을 콕 집어 “검찰은 즉시 공소를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별도로 진행되는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대장동 사업은 범죄였는데 이 대통령은 몰랐을 수 있다”는 판결 내용에 동의한다면, 이 대통령 몰래 작당해서 나쁜 짓을 하고, 이 대통령에게 누명을 쓰도록 만든 대장동 일당 5명에게 치를 떨어야 정상이다. 1심보다 가혹한 처벌을 받도록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항소 포기가 아니라 항소 자제”라는 말장난을 늘어놓으며 정반대로 변호하기 바쁘다.

검찰이 항소 포기에 대해 집단 반발하자 민주당은 “친윤(親尹) 검찰의 항명”이라며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사퇴를 촉구한 검사장급 25명 중 16명은 이재명 정부 들어 승진했다. 나머지 9명도 성향 검증을 통과해서 자리를 보전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구축한 검찰 지휘부를 ‘전 정권 비호 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핵심 피의자 유동규는 7년을 구형했는데 8년이 선고됐다. 구형보다 중형이 선고돼서 항소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유동규씨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측근에서 저격수로 변신했다.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친명(親明) 진영에선 대표적으로 손볼 변절자로 꼽힌다. 그런데 친명 좌장인 정 장관이 검찰 항소를 자제시킨 이유가 “유씨가 너무 중형을 받아서”라고 한다. 이 ‘눈물겨운’ 미담을 누가 납득하겠나.

정 장관은 순리를 따르고 상식을 말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표가 붙고 떨어지는 민심의 흐름을 귀신같이 눈치채는 집단이다. 그런 사람들이 ‘권력형 부패’를 감싸는 역풍을 자초하고, 앞뒤 안 맞는 궤변으로 변명을 늘어놓는다.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속사정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그 비밀은 “대장동은 성남시와 업자들이 짬짜미한 범죄인데 이재명 시장은 몰랐을 수 있다”는 1심 판결 속에 숨어 있다. 범죄가 확인된 이상 업자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는데, 이들이 이 대통령에게 흙탕물을 튀기지 않도록 달래야 한다. 징역형을 받더라도 수천억 특혜 이익만은 지킬 수 있게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항소 포기라는 선택지는 그렇게 도출됐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재명 정권 내부 사정은 잘 모르지만, 집권 반년도 안 된 사이에 반복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재개될 재판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 허위 사실 공표죄 개정, 대법관 증원,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중지 같은 입법 조치를 끊임없이 꺼내 든 것은 이런 대통령 심리 상태를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항소 포기도 같은 주제를 담은 변주곡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 넘긴 시점부터 광화문 거리에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팻말을 든 시위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윤 정권은 한발 한발 김건희 특검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특검법 저지를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다. 민심이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고 여당 내부로까지 불씨가 번지자 계엄이라는 자폭 단추를 눌렀다.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

나라에 끼친 해악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번 항소 포기도 엇비슷한 틀을 갖추고 있다. 윤 정권의 약점이 ‘김건희 특검’이었다면, 이 정권의 경우는 ‘퇴임 후 재판 리스크’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의혹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사과하라”는 정공법을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은 “재판이 걱정되면 법 절차에 기대지 말고 민심을 자기편으로 만들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입맛에 맞는 해법에 고교 선배 김용현 국방장관이 총대를 멨다면, 이 대통령의 골칫거리 해소는 사시 동기 정성호 법무장관이 떠맡았다. 항명 검사 일망타진 선포는 계엄 포고령 속 ‘일거에 척결’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 손에 쥐어진 모든 권력도, 국회 절대다수 의석으로 통과시키는 법률도 성난 민심에 맞서면 한 줌 먼지로 변한다. 왜 모든 정권은 이 뻔한 이치에 눈감고 똑같은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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