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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김선걸 매일경제 논설실장] 제 발등 찍는 징벌적 규제

작성일 26-01-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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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주는 입법에 취한 국회
노란봉투법서 자승자박
4년전 중대재해법 데자뷔
때릴수록 한국 가난해져
김선걸 논설실장사진 확대
김선걸 논설실장

'벌주는 국회.'

의회 권력이 커지면서 국회의 힘자랑이 자주 눈에 띈다.

입법도 징벌적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특히 기업인을 벌세우고 망신 주는 게 다반사가 됐다.

최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노조 교섭권이 논란이다.

법안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면 사용자"라고 못 박았다. 


이 규정은 당초 법안 논의 때부터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많았다. 대기업은 협력·하청 업체가 수천 개에 달한다. 원청 경영진이 수천 개 테이블에서 하청업체와 교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친노동'을 표방한 정부·여당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그런데 법 통과 후 공기업이 논란이 됐다. 공기업의 인건비·임금체계·구조조정은 주무부처 장관과 기획재정부가 결정한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 근로조건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장관이 진짜 사용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막상 이 상황이 되자 정부는 슬쩍 빠져나가려 한다. 정부 해석지침에 '정부·공공부문은 사용자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다. 현행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는 '중대재해법'이 2021년 제정될 때 똑같은 논란을 겪었다.

중대재해를 줄이자는 입법이 갑자기 경영자를 형사처벌하자는 방향으로 튀었다. 초기 법안에는 '감독 소홀에 따른 장관 처벌' 가능성이 녹아 있었다. 예를 들어 LH 같은 공기업은 사업 구조·예산에 대해 국토부 승인을 받는다. 그래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LH 사장이 아니라 국토부 장관이 최종 책임"이라는 주장이 법조계 등에서 나왔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부랴부랴 법안과 시행령을 고쳐 '경영책임자 등'을 기관장으로 제한하고 장관을 책임 범위에서 뺐다.

민간에 대해선 형사책임을 지우면서, 공공부문 인허가권과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은 면책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법적 가치나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했다. 실제 2024년 중소기업중앙회와 1450여 기업인이 중대재해법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유 중 하나로 이 같은 '평등 원칙 위배'도 포함됐다. 현재 본안 심리 중이다.

공무원도 처벌하자는 주장으로 오해하지 말라. '징벌을 위한 징벌'이 담긴 악법을 없애자는 얘기다.


특정인을 괴롭히고 벌주려는 법을 양산하다 보니 정부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특히 이런 법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다. "사고나 노사분쟁 때 CEO가 형사피고인이 되는 나라", "정부엔 방패를 쳐주고 민간 CEO만 법정에 세우는 나라".

이런 얘기를 들으며 한국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돌아오는 것은 투자 축소와 고용 감축이다.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폭력을 정당화한다.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법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창의가 핵심인 기업인들의 통상 업무를 두고 형사처벌 운운하는 나라가 과연 발전할 수 있나.

공무원만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게 아니다. 국회는 스스로 우리나라의 발등을 찍고 있다. 기업인을 벌세우고 망신 주는 법안은 이제 그만 내야 한다.

[김선걸 논설실장]


노란봉투법은 태생적인 문제를 지녔다. 산업계에선 "기업마다 수십·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하면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든가, "사용자 범위를 추상적으로 넓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는 지적을 했다. 이런 목소리에 애써 귀 닫던 정부·여당이 막상 당사자가 되자 문제를 실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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