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강원자치도 청렴정책
작성일 25-12-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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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가 업무추진비에 벌점표를 들이댔다. 잘못 쓰면 다음 해 예산이 줄어든다. 공짜처럼 보이던 돈에 무게를 다시 달겠다는 선언이다. 주민들 눈길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칼을 쥔 쪽이 과연 자기 팔도 베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런 때마다 따라온다. 행정의 의지가 진짜인지, 아니면 구호로 끝날지 시험대가 차려졌다. ▼법불아귀(法不阿貴). 법 앞에서는 귀한 사람도 예외가 없다는 뜻이다. 강원자치도의 벌점제는 이 말을 행정 문서로 옮긴 모습이다. 유흥주점 사용, 늦은 밤 집행, 편법 처리에 점수가 붙는다. 한 번의 실수는 경고로, 반복은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흐릿했던 선을 다시 긋겠다는 계산이다. 예전에는 ‘관행’이란 말이 방패였다면 이제는 숫자가 방패를 걷어낸다. 다만 말과 제도는 쉽고 실행은 늘 어렵다. 칼집에서 칼을 빼 들었으면 정말로 써야 한다. ▼“상과 벌이 분명해야 사람이 움직인다”고 했다. 청렴 마일리지를 쌓게 하고, 수의계약은 두 번 들여다보겠다는 장치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내민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기대도 크다. 강원자치도와 강원일보가 최근 도내 보조금 수령 단체 및 인허가 관련 민원인, 시민사회단체, 도내 기관 관계자 등 171명을 대상으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페널티 제도가 관행적인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77.8%가 ‘기대한다’(49.1%) 또는 ‘매우 기대한다’(28.7%)고 답했다. 숫자는 제도에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분위기다. 웃고 넘어가던 관행을 멈출 용기, 윗선의 표정 하나가 현장의 기준이 되는 조직 문화가 바뀔 수 있느냐다. ▼끝내 답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제도가 칼이라면, 칼을 쥔 손은 공직자다. 간부의 한 번 침묵이 허용선이 되고, 한 번 눈감음이 규칙이 된다. 강원표 청렴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먼저 계산서를 내놓아야 한다. “나부터 지켰다”는 말 한마디가 백 번의 지침보다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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