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이기수 경향신문 편집인 겸 논설주간] 소년공이 쏘아올린 ‘국민통합’
작성일 25-05-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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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칮은 대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재매이가 남이가’ 플랜카드를 들어올리며 이재명을 연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욕하면서 보면, 막장 드라마다. 어이 없어 웃프면, 블랙 코미디다. 둘 다일 게다. 환멸스런 정치 참극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대선후보 등록 첫날, 국민의힘이 새벽 1시 김문수를 폐위하고, 3시 재선출 공고하고, 그 30분 후 입당한 한덕수를 옹립했다. 헌법 8조(정당민주주의)와 엇간 정당판 쿠데타였다. 그 막장극은 당원들이 그날 세우고, 새벽에 쫓겨난 김문수는 오밤중에 생환했다. 기자로만 8번 치른 대선, 이런 꽃가마도 자폭도 처음이다.
대선 공 울려도 김문수는 갈팡질팡이다. 한덕수·한동훈·홍준표 빠진 선대위는 ‘반탄 8, 찬탄 2’로 얼기설기 엮었다. 권영세는 물러나고 권성동은 유임됐다. 윤석열은 “김문수로 뭉치자”, 한동훈·안철수는 “윤석열 출당하자”, 전광훈은 “김문수 광화문에 오라” 한다. 김문수는 “계엄은 죄송, 윤석열 출당은 반대”란다. 다 어정쩡하다. ‘일제강점기 국적은 일본’ ‘김구 국적은 중국’이라던 그의 뉴라이트 쟁론도 곧 시작될 게다. 상처 뿐인 김문수 복위, 맘이 전대 가 있는 친윤·비윤, 찢어진 보수는 빈텐트됐다.
‘모두 이재명을 본다.’ 4주 전 글 제목이다. 이 여덟 자는 더 커졌다. 이재명이 50% 찍는 여론조사가 줄잇는다. 책이 품절되고, 기업도 그를 만나려 한다. 독주다. 돌아보면, 한덕수 꽃가마·조희대 폭주를 세운 것도 여론이었다. 출렁도 않고, 이재명과 내란 종식으로 기운 민심이었다. 결국, 큰 정치는 국민이 한다.
그 대세의 새 풍경이지 싶다. 2022년 1월24일, ‘이재명의 폭풍 눈물’ 영상이 화제다. 보수 논객 정규재도 보다 울었다는 성남 상대원시장 유세다. 안동 산골에서 여덟 식구가 이사와 이곳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시절, 소년공 이재명은 청소노동자 아버지가 주워온 과일이 썩기 전에 온 식구가 밤에 먹어치우고, 교복 입은 여학생 보면 창피해 숨고, 프레스에 찍혀 팔이 굽어지고, 그 좌절감에 무서운 선택했다 살아나 검정고시를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그 생각이 나 성남시장·경기지사 때 무상교복과 어린이에게 싱싱한 과일 주기 사업을 했단다. “이재명 정치엔 제 참혹한 삶이 투영돼 있다”며 목소리가 젖었다. 그러곤 형의 시정 개입을 막다 다툰 가족비사를 알리고, “아픈 상처 그만 헤집으시라…잘못했다…몇십배 더 열심히 살겠다”며 폭풍 눈물을 쏟았다. 가난·장애를 딛고 자란 그 소년공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두 가지를 권한다.
#정의로와야 = 국난은 단죄로 극복된다. 늦었다. 이제서야 윤석열이 포토라인 서고, 김건희가 소환되고, 한덕수·최상목이 물러났다.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으로, 빠르고 관용없이, 외과수술하듯 악의 중심을 도려내야 한다. 윤석열의 권력사유화를 도운 감사원·방통위·방심위·인권위도 바로세워야 한다. 그뿐인가. 내란의 그 밤처럼, 심우정·조희대의 정치 개입도 국민이 다 봤다. 법조 엘리트들은 곧잘 민심은 민심, 그들이 세상 결정을 위임받은 것처럼 말한다. 고시 권력의 착각이다. 검찰은 기소·수사 나누고, 판사들도 원하는 대법관 증원하고, 헌법대로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독립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함께 잘 살아야 = 1분기 내란 중에 0.25% 역성장했다. 트럼프 관세 몰아칠 2분기는 더 어둡단다. AI 처지고 성장동력 꺼진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0%대로 추락할 거란다. 1만원 이하 소액 절도가 4년 새 2배 늘었다. 윤석열의 그림자다. 해도, 국가는 민초의 삶 되살리고, 고령화사회 연금·정년도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누가 농처럼 말한다. 전국민이 <폭싹 속았수다> 보다 울면, 세대간 합의가 빨라질까. 민주주의 위기는 삶의 위기에서 온다. IMF처럼 힘들다지만, 그때처럼 국가·기업만 빠져나오고 서민은 피눈물 흘리는 일도 다시는 없어야 한다.
12일 출정식에서, 이재명은 “국민통합이 대통령의 제1사명”이라 했다. 맞다. 그가 한 말이 여럿 떠오른다. “행정은 길을 가는 거고, 정치는 길을 만든다.” 지금이 그때다. 그는 호미질(성남시장)·쟁기질(경기지사) 다음 트랙터(대통령)를 몰고 싶다고 했다. 하나, 트랙터로 몰고 갈 나라엔 대통령이 호미질로 챙길 인권·민생 사각지대도 아직 많다. 상대원의 소년공이 갈구한 “억울한 사람도 포기하는 사람도 없고, 함께 잘사는 세상”이 목표여야 한다. 그 첫발은 큰 승리다. 험지부터 가는 것도 박근혜 기록(51.15%)을 넘고픈 것일 게다. 고비없는 대선 없지만, 절박한 손 내밀고 몸 낮출 때 대승이 온다. 시민의 ‘새 나라’ 열망 담아 크게 이기고, 큰 통합해서 큰 개혁하고, 중도보수 왼쪽을 다 합친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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