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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2021년 장마, 그 지방소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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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46회 작성일 2021-07-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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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되면 떠올리는 노래가 있다. ‘다시는/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민주화 투쟁의 열기로 뜨거웠던 1980년대를 추억하는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다.


부산은 지금 장마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7월 장마는 39년 만이라고 한다. 보통 6월 19~25일께 시작되곤 했는데 평년보다 2주가량 지체된 ‘늦은 장마’다. 여러 날 계속하여 비가 오다 보면 행동이나 마음가짐도 움츠러들기 마련이지만 우리 속담을 보면 장마는 희망과 동의어에 가깝다. ‘장마 뒤에 외 자라듯’ ‘장마에 오이 굵듯’ ‘장마가 무서워 호박을 못 심겠다’ 따위가 대표적이다. 장맛비에 농작물이 매우 잘 자란다고 해서 ‘유월 장마에 돌도 큰다’는 말도 있다.


지역 여망 배반한 이건희 기증관

부산 인구 격감 ‘제2의 도시’ 위태

수도권 일극주의 지방 위기 부채질

정치판에도 지방소멸 이슈 안 돼

자치분권·균형발전 공론화 절실

지역 인물 키우는 노력도 필요


부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6일 오전 부산 온천천시민공원 일대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6일 오전 부산 온천천시민공원 일대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장마와 함께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선거전이 차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8명의 후보(김두관 박용진 양승조 이낙연 이재명 정세균 최문순 추미애) 가운데 상위 6명의 윤곽이 11일 오후 드러나게 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참여 선언 등 야권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대선주자 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지방으로서는 아직은 지역 이슈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지방은 정치권의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여당은 8월부터 부산·울산·경남(8월 28일), 대구·경북(8월 14일), 광주·전남(8월 21일) 등 11차례에 걸친 권역별 순회 경선에 들어가서야 지역의 존재감이 드러날 참이다. 9월 5일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는 여당과 달리 야권은 바쁠 것 없다는 듯 느긋한 가운데 최종 주자의 윤곽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과 연고가 있는 대권주자로는 김두관 김태호 장기표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등의 후보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다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오랫동안 머무른 터라 PK 정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도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부산의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대선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부산이 대권에 도전할 만한 인물을 길러 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부산 대선주자가 없다는 것은 멀리 보아 지역의 큰 손실이다. 또한 부산 정치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키운 정치력을 국가 운영으로 연결하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맞닥뜨리고 있는 지방소멸의 화근인지도 모른다.


‘이건희 미술관’만 해도 그렇다. 서울 양천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시 중심인 송현동이나 용산이 최적 장소”라는 황 장관에게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건희 기증관의 지방 유치를 주장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렸는데, 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냐”고 직격했다.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발표 장면이 ‘2040년 부산도시기본계획’ 수립을 놓고 고민에 빠진 부산시의 모습과 겹쳐진다. 2030년 부산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잡은 계획인구 410만 명을 수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 인구가 336만 명 안팎이고,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0년 부산 인구는 288만 7000명이다. 2040년 계획인구를 330만 명으로 잡은 인천에 밀려 ‘제2의 도시’ 타이틀도 넘겨줘야 할 판이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이건희 기증관 사태에서 보듯 수도권 일극주의의 벽은 완강하기만 하다. 문화 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지방의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 묻혔다.


‘2021년 장마, 부산에서 혹은 지방에서’는 우울한 지방소멸의 노래다. 공모를 통해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결정하자는 부산시 여·야·정, 영남권 시도지사, 부울경 전체 국회의원의 주장은 마침내 설 자리를 잃었다. 전국 40여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헛물만 켜게 되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 장마철의 우울한 습기를 딛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목소리를 드높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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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70818480230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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