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단순 관광지 아닌 국제 세력 각축장의 최전선이었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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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12회 작성일 2016-06-30 17:25본문
382호
하와이는 단순 관광지 아닌 국제 세력 각축장의 최전선이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황호택)는 6월 13일부터 5박 6일 동안 하와이에서 ‘한미 안보포럼’을 개최했다. 미국 대사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동북아시아 안보 현장을 둘러보고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안 등을 토론했다. 포럼에 참가한 TV조선 배성규 정치부장이 참관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배성규 TV조선정치부장
푸른 하늘과 눈부신 코발트빛 바다, 그 사이로 잿빛 육지가 불현듯 고개를 내밀었다. 거대한 포말이 해변을 핥으며 넘실댔다. 끝없이 펼쳐진 대양을 가르며 수줍은 자태를 드러낸 하와이 오아후 섬. 서북단 곶에서 시작된 해안선이 유려하게 남쪽으로 뻗어 내리더니 내륙 호수로 이어졌다. 삼각주를 닮은 구불구불한 물줄기가 섬 안으로 강물처럼 퍼져 들어간 특이한 지형, 진주만(Pearl Harbor)이었다. 75년 전 일본이 태평양 전쟁의 서막을 올린 역사의 현장이지만, 포연도 상흔도 없었다. 구절양장의 아름다운 해안과 푸른 숲, 각종 군함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황호택 회장과 이영성 부회장 등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언론인들을 태운 항공기는 6월 13일 오전 바다로 둘러싸인 호놀룰루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심장부이자 북태평양 최고의 휴양지는 햇빛으로 가득했다.
7일 간 한미 안보포럼의 첫 일정은 미 태평양사령부 방문이었다. 미군 현황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가 6~7개 작전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미국 영토는 북아메리카가 아니라 전 세계’라는 말이 실감났다. 태평양사령부의 관할은 지구 표면의 52%라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인도) 발리우드까지, 북극곰에서 펭귄까지’
마크 몽고메리 작전참모부장(소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는 김정은과 북핵이 태평양사령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30여분 간 북핵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 편협 언론인들의 날카로운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 별안간 질문을 막더니 거꾸로 물었다. “한국인들이 사드(THAAD)에 반감을 가진 이유가 소설 <사드>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맞느냐?” 다들 어리둥절했다. 한국에 대한 편견이 민낯으로 드러난 것이다.
몽고메리 소장은 “남중국해에 대해 꼭 설명하고 싶다”며 주제를 바꿨다. 자신이 초급장교 시절 본 남중국해의 테이블만한 산호초가 지금은 3000m 짜리 활주로를 갖춘 인공섬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면서 “동맹국에 관심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일 안보협력도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껴졌다. 국제전략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칼 베이커 박사의 강연도 남중국해가 주제였다. 미국의 안보전략은 온통 중국과 남중국해에 쏠려 있었다.
다음 날 히캄 공군기지에서 마크 딜런 공군 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령부 건물에 남아있는 진주만 폭격의 상흔이 인상적이었다. 건물 곳곳 파편 자국이 그대로 보존돼있었다. 일본과 둘도 없는 동맹국이지만, 과거 침략은 잊지 않는다는 무언의 시위 같았다. 미국은 그런 나라였다.
같은 날 동서문화센터 세미나에서 데니로이 수석연구원은 “난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다. 그의 생각은 대단히 멍청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은 ‘무임승차국’이 아니지만, 전형적 미국인들은 트럼프처럼 생각할 취약성이 있다”고 했다. 밴 잭슨 교수도 “정치인들이 그런 말을 할 때 여론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인들의 이런 인식이 한미동맹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이튿날 2차 대전 때 활약한 ‘미주리호’와 핵추진 잠수함‘샬롯호’를 찾았다. 미주리호는 길이 270m가 넘는 전함으로, 맥아더 장군이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항복문서를 받아낸 곳이다. 바로 앞에는 진주만 폭격때 침몰한 애리조나호가 바다 밑에 잠겨 있었다.
때마침 림팩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에 온 세종대왕함 대원들과 만났다. 앳된 얼굴이었지만 씩씩하고 건강했다. 기념촬영을 하며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샬롯’은 길이 100m가 넘고 3층 구조로 된 실전 핵잠수함이었다. 조종실과 선실, 어뢰실 등을 두루 살펴보았다. 쉴새 없이 질문을 던지는 한국 언론인들의 학구열에 미군장교들이 진땀을 뺐다. 나오는 길에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우리 ‘이억기’잠수함도 찾았다.
마지막 방문지인 ‘미군 전쟁포로 및 실종자 수색국(DPMA)’은 매우 인상 깊었다. 세계 전역에서 전사·실종된 미군 유해를 발굴해 신원을 확인하는 곳이었다. 선반 곳곳에 발굴된 뼈 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끝까지 찾아간다고 했다. 미국이 왜 세계 최강대국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유해 확인책임자가 한국인 여성 고고학자(진주현 박사)라는 점도 뜻밖이었다.
7일 간 돌아본 하와이는 단순히 태평양최고의 관광지가 아니었다. 미국의 세계 전략과 국제 정세, 한국의 안보 현실이 복합적으로 얽힌, 국제 세력 각축장의 최전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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