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들 온 집을 휘감아…도심 내 흉물로 전락

대구 중구청 인근에 위치한 빈집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무와 넝쿨에 휘감겨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유명 음식점 주차장에 붙어 있는 한 폐가. 중구청 바로 옆이고, 경북대 의과대학 건너편으로 국채보상로를 낀 도심 요지에 위치해 있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일보 취재진이 동인동 빈집을 찾아가보니 단층집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처참한 상황이었다. 집을 가린 펜스 너머로 봤을 때 제멋대로 줄기를 뻗은 덩쿨과 여러 잡목들이 집 건물은 물론이고 지붕까지 덮고 있었다. 흡사 정글같았다.

이 빈집은 대지면적 125.3㎡, 연면적 60.3㎡의 목조주택으로 1987년 건축됐다. 1995년 집주인 사망으로 자식에게 증여된 후로 30년째 방치돼 있는 상태다.

현재 중구청 빈집정비팀은 이 빈집을 철거 및 정비를 하기 위해 현재 소유주와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고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이 집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고, 구청도 골치아픈 상황이다.

주민 김모(62)씨는 “조만간 나무 넝쿨이 휘감아서 집이 무너질 것 같다”며 “내가 이 동네 전입온지 20년이 다되가는데, 그때부터 아직까지 사람없이 방치돼 있는데 밤에 여기를 지나가면 음산하고 무섭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씨와 말하는 중간에도 길고양이들이 인기척을 듣고 빈집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동인동에 사는 안모(49)씨 역시 “길고양이들이 저 빈집에 아지트를 차려놓고 밤새 운다. 고양이 우는 소리에 잠도 못잔다”면서 “도심 한복판 흉물인데, 그냥 구청에서 철거하면 안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사유재산이어서 구청이 쉽게 철거 혹은 정비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우리도 이 빈집 주인과 수년간 접촉을 시도했지만 안되고 있다. 주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생활편의시설 등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