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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상무이사 겸 미디어실장] 빨간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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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025-12-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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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은 삼거리 연탄가게 기둥에 매달려 있었다. ‘작은 아버지 전상서(前上書)’로 시작되는 서울로 시집간 사촌 누나의 편지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우체부 아저씨 손에 들려 있었다. ‘누님 보세요’로 말문을 연 답장은 형님 몫이었고, 편지를 우체통에 갔다 넣는 일은 내 몫이었다. 군대간 고종사촌 형이 외삼촌과 외숙모의 안부를 묻는 편지도 종종 집으로 배달됐다.


대학시절 편지 왕래가 왕성했다. 고성 22사단으로 입대한 친구의 편지에는 고단한 군대 생활의 애환이 배어 있었다. 그가 보낸 ‘군사우편’에는 제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의 큼지막한 얼굴이 박힌 총천연색 우표가 붙어 있었다. 원주 제1군수지원사령부로 풀린 친구도 긴 사연의 편지를 보냈다. 우산동 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 비상 대기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행간에는 엄한 군기에 주눅이 든 까까머리 이등병의 고달픔이 묻어났다.


신문사에 입사하고 2년쯤 흘렀을까? “기자님!! 연애편지가 왔습니다.” 장난기가 많은 편집국 여사원이 우편물 한 통을 전했다. 사람이 아닌 기관이 보낸 편지였다. 발신 앰네스티 인터내셔날 한국사무소. 수신 편집국 외신면 편집담당 기자. 당시 열여섯 페이지 신문의 외신면을 맡아 인권관련 국제뉴스를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편지에는 지구촌의 인권 현안을 널리 알려주는데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 있었다.


30일을 마지막으로 400년 역사의 덴마크 우체국이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다. 1624년부터 우체국을 통해 편지를 전해주는 서비스를 지속해 왔지만 지난 25년 동안 편지가 90% 줄었다고 한다. 디지털 혁명이 아날로그 편지 배달을 집어삼킨 셈이다. 수명을 다한 우체통은 이달 초순 경매에서 한 개에 46만원씩 팔렸다고 한다.


가고 오고, 오고 가는 시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속도는 야속하게 왜 그리도 빠른지…. 떠나가고 사라진 모든 것이 더 그리워지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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