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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김선걸 매일경제 논설실장] 너무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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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025-12-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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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활동 과해지면 국민 피해
한미협상 막후 히든카드 가동
특검, 老목사 압수수색이 망쳐
절제된 수사가 자충수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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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의 일이다.

한국은 베트남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그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 양자회담이었다. 그만큼 베트남을 중시했고 공도 많이 들였다.

국빈방문 하루 전, 느닷없이 조석래 효성 회장이 출국금지됐다. 조세포탈 혐의였다. 조 회장은 경제사절단 '간판' 기업인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산업화에 전력투구했다. 안정된 전기 공급이 절실했다. 변압기·배전반을 생산하는 효성은 귀한 손님이었다. 베트남 누적 투자도 1조원에 달했다.

베트남 측은 놀람과 실망을 표했다. 무엇보다 효성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한국 기업과 국가 이미지도 상처를 입었다.

한 경제라인 인사가 "일주일만 참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라며 혀를 찼던 기억이 있다. 


사정기관 칼끝이 춤을 추고 거칠어지면 대가를 치른다. 결국 국민의 피해다.

지금 검찰은 개혁 대상에 올랐다. 그런데 이젠 특검이란 수사기구가 좌충우돌한다.

지난주 '순직해병 특검'이 수사를 150일 만에 마무리했다. 압수수색만 185차례, 조사 대상 300명, 휴대전화 등 포렌식 430건의 광폭 수사를 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구속영장을 10차례 청구해 1건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당했다. 과잉 수사 논란이 일 만하다.

특히 참고인 신분인 김장환·이영훈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무리였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절정일 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단에겐 "한국 정부가 교회를 악랄하게 급습(a very vicious raid)하고, 미군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현장의 이재명 대통령과 협상단은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운명의 회담 직전에 트럼프의 적대적 발언이라니.

이상하다. 한미 양국은 70여 년 피를 나눈 '혈맹'이다. 과연 우리는 협상카드가 없었나.

김장환 목사는 10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때 트럼프의 '멘토' 격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를 통해 막후 외교채널 역할을 했다. 김 목사는 미국 복음주의 리더 고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영적 친구'였고, 그 아들 프랭클린과도 각별하다. 이영훈 목사 역시 트럼프 가족과 친분이 두텁다.

이재명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전에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들을 찾아갔다. 막후 역할을 부탁했을 것이다. 그런데 특검이 노목사들 자택에 밀고 들어가 휴대폰까지 압수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19세기 말 선교사들을 시작으로, 기독교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외교 자산을 쌓아왔다. 다른 나라에 없는 한국만의 히든카드다. 이를 총동원해야 할 절박한 타이밍, 특검은 최고의 비밀무기를 자살골로 반전시켰다. 트럼프가 어디에서 얘기를 들었겠나. 미국과 협상에서 그만큼 손해 봤을 것이다.

종교인이라도 죄를 지으면 응당 처벌해야 한다. 다만 겁주고 죄를 만드는 방식의 수사는 안 된다. 원칙대로 증거물을 임의 제출받는 등 절제된 수사가 가능했다. 오죽하면 특검을 발의한 여당이 놀라 "종교인과 종교시설에 대한 수사는 각별히 절제해달라"는 공식 논평을 내놨겠나. 이 모습을 모두 미국이 지켜봤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이 숙원 과제다. 표적 수사나 과잉 수사를 바꾸자는 취지다. 특검은 어떤가. 별건, 강압 수사 증언이 흘러나온다.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도 있었다.

너무 거칠다. 절제를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의 근간마저 훼손할 정도로 몰아치면 대가를 치른다. 그렇게까지 가면 안 된다.

[김선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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