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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태규 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 관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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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025-11-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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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역설의 폐해 보여준 관료들
내란특검 평가한 ‘조태열’ 참고할 사례
내란TF, 조용히 진행해야 후유증 적어


모두가 ‘김건희 탓’을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온갖 ‘이해할 수 없던 일’ 뒤에 그가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김건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문제들이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 책임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를 다루는 게 가시덤불 만지는 것 같지만 ‘그는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관료인 남편에게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남편은 검사 초기부터 업자를 사귀고 술을 마셨고, 내란 혐의 피고인이 돼서도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에서 보듯 상식적이지 않았다. 공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편을 보며 김씨는 자신도 사람을 만나고 갑(甲)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이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관료의 모습이 윤 전 대통령뿐만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인 관료 문제가 불법계엄 사태 1년 만에 부각되고 있다. 계엄의 밤, 관료 대다수가 권력 앞에 침묵하며 거수기로 전락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친숙하지만 불편한 관료들의 풍경이 새삼 뜨악해진 것은 당시 국무회의 영상 일부가 법정 공개되면서다. 관료들은 사실 민주화 이후 법치의 최대 수혜자였다. ‘영혼 없는 조직’이란 비판도 가해졌지만, 이마저도 수혜를 위한 안전판으로 작용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책임 있는 정책 결정자가 아니라 단순한 절차적 참여자를 자처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폐해가 드러났을 때는 관료의 부패, 조직 이기주의가 문제였다. 이번 계엄사태에서 드러난 무책임과 무능 그리고 법적 책무를 저버린 모습은 민주화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내란사범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법정의 엄정함을 지키지 못한 내란 재판부도 예외는 아니다. 김영삼(YS) 정부 시절 신군부 내란사건 1, 2심의 김영일· 권성 재판장은 투명성과 엄밀성을 통해 사법부 신뢰와 권위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가 논문에서 “조직의 분권과 내부 민주화가 수반되지 않을 때 초래되는 민주주의 역설의 폐해를 이번 계엄 사태가 보여주었다”고 평가한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계엄사태에서 주어진 책임을 수행한 관료가 있는 것은 다행이다. 공개된 영상에서 조태열 전 외교장관은 ‘대한민국이 70년 쌓아 올린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명시적으로 반대한 것은 물론, 계엄 지시사항이 적힌 A4용지도 현장에 내버려 두고 나왔다. 내란특검이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조사한 뒤 '조태열'을 가장 평가할 인물로 꼽았을 정도다. 그는 계엄 직후 골드버그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워싱턴의 블링컨 국무장관 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다. 불완전한 정보로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 달 뒤 한국을 찾은 블링컨은 그를 향해 ‘맨 오브 인티그리티’라고 상찬을 했다. 민주주의적 신뢰를 갖춘 인물로 해석되는 이 말이 외교적 레토릭만은 아니었다.

논란의 내란TF 출범을 앞둔 지난 20일 본보 주최 코라시아포럼에서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관료 구성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식으로 말해 중국 국무회의에선 첨단산업 어느 분야에 대한 난상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럴 만큼 당과 정부에 테크노크래트(기술관료)가 중용되고 있었다. 개혁개방 초기 1명에 불과하던 장관급이 장쩌민 집권 때 약 70%까지 늘었고, 지금도 대거 발탁되는 것은 물론이다. 중앙위원(205명)에는 기술관료가 50%를 차지하고, 핵심 지도자급인 정치국원(24명)에는 첨단분야 박사 출신 6명이 입성해 있다. 과학기술을 아는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미중 첨단산업 경쟁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계엄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관료사회를 더 안타깝게 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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