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이사장 칼럼-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태평양 건너 장사꾼들 한국에서 한탕 노린다
작성일 25-12-01 09:42
페이지 정보
조회 17회 댓글 0건본문

이하경 대기자
11월 14일 타결된 관세협정에 따라 한국은 10년 동안 매년 2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미국에 보내야 한다. 사용처는 투자위원장인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의 의견을 들어 정한다. 최종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워싱턴의 두 권력자는 한국 외환보유액 4200억 달러의 연간 운용 수익 150억 달러와 외화채권 발행분까지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일 것이다. 아차하면 환율 급변동 같은 비상 상황에 대비할 외환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 비상식적인 거래다.
트럼프, 1기 이후 34억 달러 벌어
러트닉 아들 ‘역대 최고의 해’ 자랑
한국 대미 투자 실패하면 외환위기
눈만 뜨면 싸워서는 대처 못 해
해외 주식투자와 기업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올해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1100억 달러로 예상된다. 환율이 1500선을 위협하고 수입 물가도 비상이다. 정부 차원의 대미 투자가 실패하면 경제는 곤두박질칠 것이다. 채산성이 보장되는 곳에 투자돼 미국 경제의 활력이 되고, 원금이 회수되면서 수익금까지 들어오고, 한국 산업의 체질이 강화되는 것이 최상이다. 만찬치 않은 시나리오다.
트럼프와 러트닉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선 트럼프. 그가 백악관 집무실에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이후다. 첫 공식 행사는 평균 낮 12시8분에 시작된다. 첫 번째 임기 첫해인 2017년에는 오전 10시31분이었다. 마지막 행사가 끝나는 시간은 변함없이 오후 5시 직후다. 그래서 공식 행사 참석 횟수도 39%나 줄었다. 2017년에는 1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1668회였지만 올해는 1029회다. 반면에 가족 비즈니스 활동에는 바쁘다. 올해 취임 이후 6개월간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100번 가까이 방문했다. 일종의 사업 홍보다. 트럼프 일가는 최소 10개국에서 22개 이상의 부동산을 개발 중이다. 외국 정부와 이익단체는 이곳에서 행사를 갖고 수백만 달러를 트럼프 일가의 금고에 보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내각을 자기 같은 억만장자 기업인과 월가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공직자로서 두려워해야 할 이해충돌은 개념조차 없다. 뉴요커는 트럼프가 2017년 백악관에 입성한 뒤 각종 거래로 34억 달러를 벌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은 2001년 9·11 테러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있던 자신의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의 직원 658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지만 1만3000명이 일하는 회사로 키웠다. 증권 중개회사 BGC, 부동산 회사 뉴마크도 운영했다. 러트닉은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라고 외국 정부에 반복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뉴마크가 250억 달러 이상의 데이터센터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회사를 물려받은 작은 아들 브랜든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1기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와 함께 에너지 개발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를 설립한 토비 노이게바우어는 큰 아들 카일에게 접근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의 일부를 “탐냈다(coveted)”고 뉴욕타임스는 폭로했다. 러트닉은 회사 소유권을 자녀들에게 넘겨 윤리적 문제를 없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소유권 지분은 10월 초까지 이전되지 않았다. 상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와 러트닉이 사심 가득한 장사꾼이라면 한국에는 실존적 위협, 그 자체다. 이들이 눈을 부라리고 우리의 팔목을 비틀어 대외 충격을 방어하는 외환보유액이 채산성이 없는 사업에 탕진되면 외환위기는 예정된 미래다. 무용담을 늘어놓은 협상의 주역들은 매국노가 되고 이재명 정부는 몰락한다.
협상에 관여한 고위 인사는 필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시바 당시 일본 총리가 외무성을 배제하고 정치인 출신인 아카자와 료세이(현 경산성 장관) 경제재생상에게 맡기는 바람에 의외로 형편없는 협상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도 힘들었다. 일본은 투자 협의 단계에서 상대의 무리한 요구를 거르겠다는 속셈이다. 국력이 버텨주고 경협 프로젝트를 다루는 전문성도 있다. 일본 수출입은행법은 채산성이 없으면 외국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력, 역량이 모두 부족하다. 내부 장치도 없어 만들려고 한다. 국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절박한 상황 인식이다.
위기는 시작됐다. 한국 화폐의 실질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순으로 급락했다. 경제의 체력과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정부 차원의 10년간 2000억 달러 대미 투자 예고도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의 소방수로 동원할 태세다. 이 판에 한국 경제의 방파제가 돼야 할 매년 200억 달러의 비상금을 공복(公僕)으로 위장한 태평양 건너 장사꾼들이 꿀꺽 삼켜버리면 한국 경제는 박살난다. 자면서도 한쪽 눈은 떠야 할 판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눈만 뜨면 편을 가르고 상대를 죽이겠다고 으르렁거린다. 국민은 이런 내우(內憂) 속에서 쓰나미 같은 외환(外患)을 맞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하경 대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35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