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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9.8] 肝과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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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87회 작성일 2011-09-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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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위치한 아주 중요한 장기다. 몸이 1000냥이라면 간은 900냥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인체에 기(氣)가 잘 흘러야 신체가 건강하다고 한다. 바로 이 기를 잘 소통시켜 주는 기관이 간이다. 한방에서는 간과 쓸개(膽)를 용기와 담력을 주관하는 곳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용기 혹은 처세와 관련된 속담에 간을 언급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간에 붙고 쓸개에 붙고 한다’ ‘간에 기별도 안 갔다’ ‘간이 콩알만해졌다’ ‘간이 떨린다’ ‘간이 부었다’ ‘간이 배 밖에 나왔다’ ‘간이 뒤집혔다’ 등이다.



흔히 겁 없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간이 크다’고 한다.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결단력이나 추진력을 보일 때 하는 말이다. 배짱이 크다 못해 무모할 정도가 되면 ‘간이 부었다’가 되고 이 수준을 넘어서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쥐가 고양이 밥그릇을 넘보면 간이 크거나 간이 부었다가 되지만 고양이가 쳐다보는데 밥을 훔쳐 먹으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상태가 된다.



최근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권 진출 움직임과 관련해 “간이 배 밖에 나왔다”고 혹평하며 정상심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했다.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등을 지낸 정치원로 입장에서 보면 40대 벤처기업인 출신의 안 원장 행동은 사마귀가 수레를 가로막는 당랑거철(螳螂拒轍) 상황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는 안 원장의 간이 붓다 못해 배 밖으로 나온 상태라고 생각한 것 같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정치권 격언이 새롭다. 안 원장은 견고할 것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도도하게 ‘제3의 물결’을 타고 정치권 입성을 노리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내년 대선을 향해 물길을 돌리는 양상이다. 대한민국의 성공한 벤처 1세대로 컴퓨터 백신 분야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계적 인물로 성장해야 할 안 원장이 어쭙잖게 정치판을 넘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안 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기성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민심의 반란이다. 간에 붙고 쓸개에 붙고 처세가 능한 사람들만이 살아남는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다. 국민들은 ‘폐기물 쓰레기 처리장’처럼 되어버린 정치권에 대해 ‘바꿔! 바꿔!’를 외치고 있다. ‘간이 배 밖에 나온 정치 신인’들이 용감하게 기성 정치인을 몰아내는 극적인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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