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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7.27 개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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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929회 작성일 2011-07-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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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더위에 몸은 축 처지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은 기(氣)를 보충할 음식을 찾는다. 특히 삼복에는 더욱 그렇다. 흔히 보양식이라고 하면 닭, 개, 장어를 꼽는다. 여기에 고급 보양식으로 민어가 더해진다. 조선시대에 민어가 선비들이 점잖게 먹는 여름철 음식이라면 개장국(보신탕)은 서민들의 여름철 보양식이었다. 보신탕은 근래에 만들어진 신조어이고 본래는 개장국이라고 불렀다.



음식은 그 나라 문화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문화는 매우 상대성을 띠고 있다.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가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야만적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 민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환경과 역사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여름 보양식 가운데 하나인 개장국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편견이 분명하다.



개장국은 농경사회 음식으로 중국에서도 춘추전국시대부터 명·청대에 이르기까지 상류층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반면 유목민들은 가축을 지켜주던 개의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제 개고기를 먹는 아시아 국가는 한국, 북한, 베트남 정도라고 한다. 중국도 구이저우(貴州)성 옌벤 자치주 등 일부를 제외하고 더 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인간의 오랜 친구인 개의 기원설은 다양하다. 1만2000∼1만4000년 전 현재의 개가 지구상에 존재했고, BC 9500년경에 인간이 벌써 개를 반려동물로 함께했음이 고고학적 발굴에서 밝혀졌다. 개가 단순한 애완동물 이상의 인간과 특별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전라북도 임실의 오수 개 전설이 그렇고 일본 도쿄 시부야역에 동상이 세워져 있는 아키타 견 하치와 그 주인인 도쿄대학 농학부 우에노 히데사부로 교수의 이야기가 차마 ‘개장국’을 먹을 수 없도록 사람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들고 있다.



키워본 사람은 알지만 개에게도 희로애락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모란시장의 철망에 갇혀 도살 직전에 놓인 개들의 눈을 보면 삶에 깊은 애착과 죽음의 공포, 애절함이 묻어난다. 내 몸을 보신하자고 1만년을 함께하면서 인간의 친구 이상이 되어 버린 녀석들의 그 생명을 보신이란 이름으로 빼앗는 것은 지나친 탐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장국 애호가는 자신이 먹는 개가 견(犬)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육한 구(拘)라고 하나 그렇다고 인간의 고약한 탐심이 감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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