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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7.15] 재벌, 때릴 사람이 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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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371회 작성일 2011-07-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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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 연일 재벌 공격해, 선거용 \'親재벌\' 딱지떼기 경쟁

정치 지도자들 \'反재벌\' 선회는 기업 보는 눈 오락가락 때문… 반칙과 탈선 콕 집어내야지 反기업 정서 조장하면 안 돼


홍준표한나라당 대표가 14일 참여연대를 찾아갔다. 참여연대는 재벌에 줄곧 비판적이었다. 홍 대표는 \'대기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착취\'를 꼽은 인물이고, 한나라당 대표로 참여연대를 방문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그는 이 단체의 세미나에 두 번 참석했다며 친근감을 보였고, \"좌파도 껴안아야 한다\"고 했다. 폭넓은 정치 행보라고 봐야 할까, \"급하긴 급했구나\"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개인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날 손학규민주당 대표는 한진중공업에 갔다.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의 전략적인 투쟁 장소다. 노사가 합의서에 서명까지 마쳤건만 외부 손님들이 잔뜩 몰려들어 재벌을 성토하는 곳이다. 손 대표는 정치 보폭을 넓히려고 갔을까, 개인 소신 때문에 달려갔을까.



재벌을 때려도 어울리는 정치인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하필 그 사람이 거기에?\"라고 할 만한 얼굴도 있다. 한나라당은 2009년 3월 재벌들에 계열사를 대거 늘릴 수 있도록 족쇄(출자총액제)를 풀어준 정당이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 숫자가 167명이다. 그랬던 정당에서 요즘 재벌 비난 발언이 연일 쏟아진다. 몇 년 새 10대 그룹이 사흘에 하나꼴로 계열사를 확장했다고 핏대를 올리는 당직자도 있다.



그때 그 족쇄를 풀어주면서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인가. 마치 생각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그래서 배반이라도 당했다는 듯이 재벌을 때린다. \'친(親)기업\'이 아니면 경제가 다 죽을 것처럼 \'전봇대\' 뽑으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으며 규제를 풀더니, 어느 날 돌아서서 \"호주머니가 두둑해 보이는데, 좀 뱉어내라\"고 재벌을 다그친다. \'동반성장\'이라는 실체가 잡히지 않는 도깨비 방망이도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선거를 앞두고 \'친재벌\'이라는 딱지를 떼고 싶을 것이다. 눈치 없이 값비싼 외제 브랜드 점포를 두고 다투는 재벌들이 얄미울 것이다. 떡볶이집·꼬치구이집 체인점에 투자한 재벌 2세·3세들에게 당장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반(反)재벌\'로 돌아설 때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선거용이라면 모든 변절을 사면(赦免)받는 게 정치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상식이 허용하는 오차 범위 내에서 변해야 한다. 손 대표의 이력에는 기업을 유치하려고 아쉬운 소리 해가며 허리를 굽혔던 경기도지사 시절이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던 어느 해 그는 \"현대차는 대한민국의 상징기업인 만큼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자체의 파업으로 보고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당부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재벌 때리기도 앞뒤 아귀가 맞아야 한다. 집권당 대표가 우리금융지주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할 것을 제안하면서 \"대기업에 팔면 대기업만 살찌우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친기업을 그토록 외치던 당의 대표가 내세운 논리로는 어쩐지 어색하다. 이번 정권이 현대건설을 현대자동차 품에 덥석 안겨주며 살을 찌워줬던 것이 바로 엊그제다. 그는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해도 포스코처럼 회사가 더 튼튼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어야 한다. 그게 친기업을 표방해온 정당의 대표에게 어울리는 발언이다. 거기에 재벌들에게 매각했다가 실패했던 과거 사례를 덧붙였다면 더 돋보였을 것이다.



26년 전 정부가 재벌을 옥죄는 공정거래법을 처음 만들 때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총액제 같은 독소(毒素) 조항을 빼달라\"는 요구가 재계에서 거셌다. 당시 정부의 반박 논리는 \"한국 재벌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짓을 하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정치 지도자들이 친기업 하겠다고 허리 굽히다가 반재벌 발언까지 터뜨리는 이유는 기업을 보는 눈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탐욕스러운 재벌을 공격한다는 것이 그만 기업 때리기 정서, 반(反)기업인 정서를 조장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재벌에 몰매를 가하려면 재벌 기업과 기업인을 두루뭉술하게 표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세계 어느 대기업도 하지 않는 유별난 행동을 골라내 때려야 한다.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반칙과 탈선행위를 콕 집어내고, 때로는 그런 일탈에 족쇄를 채워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극소수의 유독스러운 재벌과 국민을 먹여 살리는 많은 기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강한 대기업이 더 많아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나라를 살찌우는 기업에는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반재벌이 \'반기업\' \'반기업인\'으로 가면 한국 경제에 희망버스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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