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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칼럼/7.14] ‘새 피’보다 경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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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43회 작성일 2011-07-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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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에게 공통점이 있다. 정치 입문 전 각 당이 눈독을 들인 영입대상 ‘새 피’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치인이 되기 전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어느 날 정치권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하루아침에 여의도 정가의 새로운 인물로 변신했다.



현대건설 회장으로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었던 이 대통령은 지난 1992년 14대 국회 때 민자당에 전격 영입됐다. ‘모래시계’ 검사에서 스타 변호사로 변신, 이름을 날리던 한나라당 홍 대표도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영입됐다. 서강대 교수였던 민주당 손 대표는 1993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 의해 개혁 이미지를 높일 인물로 깜짝 영입됐다. 극렬한 재야운동가였던 이 장관은 1996년 개혁과 보수층의 지지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신한국당 선거 전략 아래 영입된 인사다.



정치권 인재 충원방식 문제있다



맹형규 SBS 앵커(행안부 장관), 인기가수 최희준씨, 탤런트 정한용씨, 변웅전 MBC 아나운서(자유선진당 대표), 이윤성 KBS 앵커(현 한나라당 의원), TV시사 프로 진행자 오세훈 변호사(서울시장), 황수관 전 연세대 교수, 탤런트 최불암씨 등도 새 피 수혈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영입됐던 인사들이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정치권에 불어 닥친 신진인사 영입바람으로 정치권에 한 때 ‘정치 합동법률 사무소’ ‘연예인 군단’ ‘시사토론 진행자 집합소’라는 별칭이 붙었다.



반면 ‘바꿔!’의 열풍 아래 다선 중진들은 고리타분한 구세대 인물로 퇴출됐다. 정치권에 더 이상의 경륜과 경험을 갖춘 인물은 필요 없었다. 새 바람만 필요했다. 18대 총선 공천심사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홍사덕, 서청원씨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학살’을 당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당의 얼굴을 바꾼다”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방침에 따라 정계 거물인 김윤환, 이기택, 신상우, 김광일, 조순, 이수성, 박찬종씨 등을 내쫓았다.



내년 4월 치러지는 19대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당은 벌써부터 정치권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 방송인 김제동씨 정도는 영입해야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30년 가까이 국회를 취재했던 저널리스트로 이런 우리의 정치인 충원방식이 과연 바람직한가 생각해 본다. TV 앵커, 토론 진행자, 탤런트, 가수와 국민에게 얼굴이 알려지고 매스컴을 타는 유명 의사, 변호사들이 대거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한국의 정치,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정치인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치는 훈련이다. ‘새 피’라는 이유만으로 충원된 이들은 정치인의 덕목인 유연한 민주적 사고, 뚜렷한 역사관, 협상·타협 능력, 균형적 시각 등을 갖추지 못한 채 국회에 들어와 좌충우돌 의정활동을 한다.



老·長·靑 조화 찾아야



오랜 의회 민주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정치인은 청년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통해 길러진다. 20대부터 밑바닥에서 정치를 배운 이들이 40대쯤에 국회의원,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된다. 정치는 얼굴로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우리의 정치인 충원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각계의 전문가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활동하도록 놔둬야 한다. 정치에는 ‘새로운 피’도 중요하지만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 특히 경륜과 경험을 갖춘 정치인이 필요하다. 길을 잃었을 때는 늙은 말을 앞세워 길을 찾는다(노마지지·老馬之智)고 했다. 방황하는 한국의 정치도 이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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