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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잔혹한 토막살인, 言論이 共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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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818회 작성일 2015-04-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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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의 방점은 인육(人肉) 밀매였다. 검찰에겐 그걸 밝혀야 할 당위성이 부여됐다. 밝혀내면 잘한 수사, 못 밝히면 잘못한 수사였다. 강력 전문 천기홍 검사의 부담도 컸다. 수사의 상당 부분을 여기에 할애했다. 그리고 발표된 결과는 ‘인육 매매가 아니다’였다. 천 검사가 사석에서 밝힌 이유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오원춘의 고향에서는 성인식의 일환으로 양을 완전 해체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사체 토막에 대한 사고가 우리와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언론은 믿지 않았다. 어떤 언론은 ‘수사를 못했다’고 썼다. 어떤 언론은 ‘알면서도 덮었다’는 뉘앙스를 흘렸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주워담기엔 너무도 참혹한 단어들을 남발한 뒤였다. ‘358점으로 회 뜨듯이’, ‘인육 밀매 대가로 보이는 돈거래’…. 심지어 ‘타다가 남은 사람의 뼈’라며 뼛조각까지 보도됐다. 언론이 지켜오던 잔혹 범죄의 보도수위는 그렇게 무너졌다. 그리고 그 끔찍한 단어들이 아침식탁에 올라갔다.



전문가들이 걱정했다.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ㆍ前 대한범죄학회 회장)의 기고문 중 일부다.



“(언론이) 보도를 통해서 범죄를 가르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빈번하고 자세한 범죄수법의 보도는 잠재적 범죄자로서 언론소비자들에게 범죄에 대하여 둔감해지게 하고(Desensitization), 죄의식을 중화시키며(Neutralization), 범죄와 폭력의 하위문화를 배양하고(Cultivation) 그 틀에 가두게 하여(Priming) 범죄의 학습과 모방범죄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는 곧 언론이 범죄의 해결책(Cures for crime)이 아니라 범죄의 원인(Causes of crime)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맞았다. 오원춘 이후 강력 범죄의 유형이 그렇게 갔다. 용인 모텔 살인 사건(2013년 7월), 박춘풍 살인 사건(2014년 11월), 화성 집주인 살해 사건(2015년 2월)이 다 그랬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사건들이다. 누가 보더라도 오원춘 범죄의 아류다. 그때 보도된 기사 그대로 재연됐다. 그런데도 언론은 여전히 참혹한 단어들을 도배하고 있다. ‘살점을 도려내고’ ‘시신 일부를 산책로에 버리고’ ‘육절기로 분해한 뒤 태우고’….



그리고, 요 며칠. 언론 보도의 참혹성이 또 재발하고 있다. 시화 방조제에서 발견된 시신 훼손 사건 보도다. 첫날 기사는 ‘팔다리 머리가 잘려나간 몸통 발견’이었다. ‘예리한 흉기로 잘렸다’며 범행 수법까지 설명했다. 그리고 하루 뒤 더 전율스런 보도가 나왔다. ‘긴 머리에 40, 50대로 보이는 머리 부분 발견’. 혹시나 오늘내일 추가로 이어질지도 모를 후속 기사가 더 무섭다. ‘용의자 검거로 나머지 팔 다리 발견’. 이쯤 되면 언론의 폭력 아닌가.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 흉악 사건 보도에도 지켜야 할 준칙이 있었다. 마약류 보도에는 마약 이름을 특정하면 안 됐다. 칼은 흉기라고 써야 했고 망치는 둔기라고 써야 했다. 토막 냈다고 쓰면 안 됐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써야 했다. 머리 팔다리라는 표현 대신 시신의 일부라고 써야 했다. 범죄 보도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랬던 보도의 경계가 2012년부터 무너졌고 이제는 범죄보다 잔인한 기사들이 생산되고 있다.



제발 그쳐야 한다. 인간의 악마적 본성에 불 지르는 기사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사람과 금수(禽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단어 선택을 자제해야 한다. 오원춘 사건의 참혹한 보도가 용인 모텔 살인 사건을 낳았고, 박춘풍 사건을 낳았고, 집주인 살해 사건을 낳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선정성에 눈먼 참혹한 보도가 또 다른 잔혹 범죄의 사회적 공범(共犯)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언론이 언론다운 건 인터넷과 구별되는 가치와 절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종구 논설실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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