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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칼럼] 테러와 피습, 그리고 종북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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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490회 작성일 2015-03-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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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논리라는 말이 있다. 같은 편이면 잘못해도 감싸주고, 다른 편이면 가차 없이 비판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런 진영 논리에 빠져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해 전달한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지난해 12월, 한 고등학생이 ‘신은미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폭발물을 던졌을 때 <한겨레>는 이를 ‘테러’로 규정했다. 하지만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서는 테러라는 단어 대신 ‘피습’이라고 썼다. 두 사건 모두 폭력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지만 용어는 달리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폭력 사태에 대해 한쪽은 테러라고 하고, 다른 쪽은 피습이라고 하는 건 논리적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특히 ‘극우 성향’ 고등학생의 폭발물 투척에 대해서는 테러라고 비난하면서, ‘진보 성향’ 인사의 미국대사 공격은 피습이라고 하는 건 자기편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을 들을 만도 하다. 미국대사 사건은 피해 당사자와 미국 쪽이 테러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데 우리가 굳이 테러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남 탓만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단어를 쓰게 되면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기사를 쓸 때 객관적인 실체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엄정한 단어를 골라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 다른 의견을 모두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리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종북 논란이 그렇다.

<한겨레>가 지속적으로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 종북몰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진영 논리에 빠져 진보세력의 편을 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종북 논란이 거세질수록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관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선 종북몰이는 개인의 양심과 사상을 검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권력을 장악한 보수세력이 국민을 상대로 종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드러내 보이라고 협박하는 것과 같다. 이런 억압적 분위기가 확산돼 국민의 일상생활을 옥죄면 사회 전반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신은미 사건 이후 북한의 실상 중 나쁜 면을 드러내는 것은 상관없지만 좋은 면을 부각시키면 종북이 되는 나라가 됐다. 이런 사회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종북 논란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됨은 물론이다. 우리에게 북한이란 존재는 이중적이다.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호전적인 존재이자 언젠가는 보듬고 함께 살아가야 할 같은 민족이다. 이런 엄혹한 ‘현실’과 희망찬 ‘당위’를 어떻게 조화시키면서 미래로 나아가느냐가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종북몰이가 계속될 경우 북한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는 등 대결 국면이 강화되면서 자칫 과거의 전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남북 모두에 불행이다.

국제관계에 끼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종북 논란은 필연적으로 대미 종속적인 국면으로 이어진다. 주한 미국대사 사건 이후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지나친 미국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머지않아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군사·외교정책이 미국 쪽에 과도하게 기울 경우 우리의 국제정치적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얼마나 균형있게 유지해 나가느냐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북한 체제를 추종하며 폭력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진짜 종북세력’은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미국대사 사건에도 그런 배후가 있는지 엄정하게 수사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종북몰이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략적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보수세력이 그걸 알고도 종북몰이를 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나라를 망치는 일이다. 겸허히 되돌아보기 바란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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