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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아베의 肖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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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764회 작성일 2015-02-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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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통화스왑이 마침내 깨졌다. 그 일을 담당했던 기획재정부 고위관료의 말을 들으면 일본 측은 협상은 재무성이 했지만 최종 결정은 아베총리실이 내렸다고 한다. 한국이 아쉬우면 무릎 꿇고 들어오라는 식의 형식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도 알고보면 일본이 결정타를 먹였다. 일본은 단기차입 218억달러 가운데 130억달러를 회수해버렸다(강만수 著 ‘경제위기’ ).



비오는 날 우산을 뺏는 정도가 아니라 빈혈로 쓰러져가는 환자를 몽둥이로 쓰러뜨린 것이다. 일본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의 통화스왑 요청을 단박에 거절했다. 이에 한국은 미국, 중국으로 도입선을 선회했다. 한국이 중국과 통화스왑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당황한 일본은 “우리가 해줄 테니 중국보다 일본이 먼저 체결한 것으로 발표해달라”고 애걸했다. 징비록을 읽어보면 일본은 통신사가 방문한 임진왜란 4개월 전에도 천하태평임을 꾸미는 음흉함을 증명한 바 있다.



한국이 조금만 약점을 보이면 등 뒤에서 칼을 꽂는 본성은 임진란, 병자수호조약 이후 한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근래에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급을 끊어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자는 견해들이 심심찮게 주간지를 장식해왔다. 삼성의 갤럭시폰이나 현대의 자동차를 거의 팔지 못하는 나라도 OECD 국가 중 일본이 유일하다.



위안부 문제를 정치·외교 쟁점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게 의회에서 아베 총리의 답변 공식이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정상회담 조건으로 내건 지 5년도 넘는데 외교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상회담은 외교도 정치도 아니란 말인가. 그러면서도 아베는 여러 가지 선물을 미국에 제공하면서 70년 만에 의회연설을 성사시킨다고 야단이다. 한국의 논객들은 아베가 독일의 브란트, 메르켈을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 본받으라고 말하기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아베는 한국의 설연휴 마지막 날에도 ‘다케시마의 날’에 차관급을 파견하는 몰염치를 보였다. 아베파 일부 정치인들은 “위안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과연 인간의 양심은 무엇인가를 묻게 만든다.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딱 맞는 얘기다. 오스카 와일드가 125년 전에 쓴 이 소설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는 스무 살 때쯤 화가가 그려준 초상을 본 순간 자신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다. 그리고 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초상화처럼 늙지 않고 초상화가 나 대신 늙는다면 나는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그는 소극장의 3류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를 자랑하려고 친구들을 잔뜩 데려온 날 그녀가 굳어서 연기를 못하자 그녀를 비웃으며 차버렸다. 그녀의 간절한 매달림을 뿌리친 날 밤 그녀는 자살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일순 비통해 했으나 이내 방탕에 빠져들어갔다. 간혹 자신 대신 늙어가며 양심을 표현하는 초상화를 보니 비루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고 눈빛도 칙칙해진다. 현실 속의 그의 얼굴은 여전히 첫 그림처럼 순수하고 해맑았다.



도리언은 초상화가 됐고 초상화는 타락한 도리언을 투영했다. 악마와의 교환이 이뤄졌다! 술과 계집, 마약에 방탕해가는, 흉악하게 일그러져가는 초상화를 아무도 못 보게 다락방 깊숙이 숨겼다.



일본이 위안부의 진실을 은폐하고, 통화스왑을 회수하고 한국 상품을 사지 않는 일본인 속내를 지구상 대부분 국가는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베이고 일본인들이다. 그들은 위안부, 독도의 사실을 지우려고 맥베스처럼 몸부림친다. 혹자는 일본의 뒤틀림이 한국 경제가 일본을 턱밑까지 따라잡은 불편함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게 본심인가.



일본의 양심가들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횡액을 피하려면 초상과 맨 얼굴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능멸당하지 않으려면 경제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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