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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5.7] 미국, 독일, 한국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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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044회 작성일 2014-05-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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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월호 사건을 미국인, 독일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두 나라에서 10~20년 거주한 CEO들에게 들었다. \"미국에서도 물론 사고는 많이 난다. 9ㆍ11사태 발생 후 국가교통안전위(NTSB)가 샅샅이 경위를 조사해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한다. 9ㆍ11 이후 비행기를 타려면 신발 상의 벨트를 벗고 지문을 찍는 일이 그렇게 번거로워도 지속되지 않는가.\" 한국의 해수부 관할이었으면 로비를 해 바꾸고도 남았으리라.



`독일은 유치원에서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신선하다. 학부형이 유치원에 애를 데리고 간 첫날 \"책가방을 혼자 싸게 놔두세요. 절대로 숙제를 도와주지 마세요\"라는 신신당부를 받는다. 근면ㆍ정확ㆍ철저라는 독일인의 성격을 유치원에서부터 DNA에 심어 넣는 것이다.



최원석 메릴린치 대표는 독일 근무 시 한국의 부모를 초청해 골프를 치려 했으나 `라이선스`가 없어 불가능했다고 한다.



이들의 눈에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시작은 있는데 끝은 없다. 폭은 있는데 깊이는 없다. 단기는 있고 장기는 없다.\" 허둥지둥, 수박 겉 핥기, 흐지부지란 얘기다.



우리는 세월호, 설상가상 지하철 추돌사건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두 번이나 가야 했던 것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 즉 `신뢰`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믿으면 손해다. 자리를 지키고 있으란 말을 믿은 학생들은 죽고 나쁜 어른들은 도망갔다. 지하철이 꽝! 하고 부딪힌 후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아무도 믿지 않고 선로로 뛰어내렸다. 만약 반대편 차로로 열차가 들이닥쳤더라면 초대형 참사가 또 날 뻔 했다. 헌법 34조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두가 헌법을 어겼다.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론을 내놓겠다고 했다. 우리는 무엇을 개조해야 할까. 하드웨어적으로 제대로 된 재난대책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매뉴얼,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다. 이제 예행연습도 맹렬히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즉 문화개조, 의식개조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다시 독일 사람들 이야기 한 토막을 들어보자. 코레일 사장이 독일 철도박람회 행사에 가보니 내빈 소개 순서가 있어 한국처럼 사장, 국회의원, 협회장 등의 입에 발린 축사가 있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들이 단상에 차례로 불려 올려지더니 그때부터 격렬한 토론을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철도공사 사장도 사정없이 장관을 공격하고 장관도 얼굴이 벌개져 방어하고 정신없이 그렇게 가더라는 것. 한국 같으면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이렇게 지위에 상관없이 전문지식으로 평가받는 나라이니 낙하산 인사가 발을 붙일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한국사회도 이제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 미국 독일 국민에 비하면 의식의 기본이 50%도 안 된 것 같다. 이를 바꾸는 게 국가개조의 첫걸음이다.국회의원, 고위관료가 국민을 제멋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지, 일부 경제권력은 \"안 되는 걸 되게 하라\"고 억지를 쓰지 않는지. 이번 청해진해운의 회사 운영이 꼭 그랬다.



한국사회에서 고위 공무원이 퇴임 후 산하기관 협회에서 마피아를 형성하고, 정부와 업계를 연결하며 먹이사슬을 수십 년간 형성해 왔다. 정치인들은 입법 규제를 밑천 삼아 업계에서 정치자금을 뜯고 해외출장을 가는데 쌈짓돈을 가져오게 했다. 이제 4ㆍ16참사를 계기로 정치인, 관피아부터 \"달라지겠다\"는 선언을 하라. 임마누엘 칸트가 말한 정언명령(定言命令), 동양적 가치로 말하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기본적 사고가 국가개조론의 정신적 출발점이어야 한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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