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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칼럼/7.13]전교조와 日敎組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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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824회 작성일 2011-07-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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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젊은 교사들 사이에 널리 읽혔던 책 가운데 일본 작가 이시카와 다쓰조의 소설 ‘인간의 벽’이 있었다. 195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日敎組)에 가입해 있는 초등학교 여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이 시기 일교조에는 일본 교사 60만 명 가운데 50만 명이 가입해 있었다. 일교조의 위세는 대단했다.



초기 노선과 투쟁 방식 ‘판박이’



일교조의 배후에는 한때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단체였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가 있었고 그 뒤에는 좌파야당인 사회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교조와 우파여당이던 자민당 정부와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시기가 소설 ‘인간의 벽’이 다루고 있는 1950년대 후반이었다.



한국의 일부 교사들이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결성하기 전에 ‘인간의 벽’을 필독서로 삼은 것은 전교조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서 일교조를 가장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 듯하다. 더구나 이 소설은 일교조가 정부와 팽팽히 맞섰던 시절의 투쟁 방법, 활동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한국 전교조 추진 그룹이 지침서로 여겼을지 모른다. 이후 1999년 합법화된 전교조가 보여준 모습은 일교조와 매우 흡사했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참교육’이라는 용어는 일교조가 추구하던 ‘진(眞)교육’과 비슷하다. 일교조의 ‘진교육’은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부인이자 교육사상가였던 크룹스카야의 ‘진정한 교육(True Education)’에서 기원한 것이다. 교육의 해방적 가치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소설 ‘인간의 벽’에서 일교조는 교사 감축계획에 맞서 ‘휴가 투쟁’에 돌입한다. 3일 동안의 휴가 투쟁에서 첫날은 조합원 30%가 집단 휴가를 내고 다음 날은 다른 조합원들로 30%가 결근하는 식으로 3·3·4 투쟁을 벌이면서 교육당국을 압박한다. 전교조가 자주 선택했던 ‘연가 투쟁’도 유사한 방식이다.



또 이 소설에는 서명운동, 학부모 명의의 선언문 발표, 가정 통신문 활용, 관공서 농성 같은 투쟁 방법이 나온다. 전교조의 요즘 활동과 바로 겹쳐진다. 전교조가 민주노총의 브레인 역할을 하며 민주노동당과 밀착돼 있는 것도 일교조와 다를 바 없다.


1950년대 후반 일교조는 우리의 교원평가제와 비슷한 근무평정에 반대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에 대해서도 반대투쟁에 나섰다.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결 구도’와 ‘협조 노선’으로 갈려



어제 전국 초중고교에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이 치러졌다. 전국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전교조는 이 시험을 ‘일제고사’라고 몰아붙이면서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학부모 교사 선언’을 발표했고, 시험에 불참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였던 2008년 10월 이 시험이 치러졌을 때 전교조 본부는 소극적으로 반대하는 데 그쳤다. 전교조는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라 신중한 자세를 보인 듯하다.



하지만 3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전교조가 측면 지원한 좌파 교육감 6명이 배출되면서 해당 시도의 교육현장에서 전교조가 주장하던 교육정책들이 깊숙이 반영되고 있다. 급격히 줄어들던 전교조 조합원 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교조 가입 교사는 6만여 명으로 전체 교사 가운데 18% 정도다. 앞으로 전교조의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가 각종 선거를 지원해 달콤한 결실을 맛본 이상 정치적 이념적 지향은 더 강해질 공산이 크다. 교육의 탈을 쓴 정치라 할 만하다.



반면에 한때 ‘일본 교육의 암적 존재’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던 일교조는 1995년 노선의 대전환을 시도했다. 일교조는 ‘교육 문제는 단순한 대결 구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교육당국과의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협조 관계로 전환한다’며 ‘역사적 화해’를 선언했다. 교사의 일교조 가입률이 28%까지 추락하고 학부모의 외면을 받은 것도 계기가 됐다. 몇 년 전 내한했던 일교조의 중앙집행위원장은 교원평가와 전국 학력평가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전교조에 대해 ‘아무리 강경 투쟁에 나서도 교사들의 단체이므로 교육에 뭔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기본적으로 교사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이다. 전교조는 조직논리상 앞으로도 교원평가 반대와 같은 교사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교육을 걱정한다는 전교조의 구호는 일종의 포장 전술이다. 우리 사회가 전교조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전교조에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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