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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0.10] [김세형 칼럼] 북한경제에 벌어지는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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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01회 작성일 2013-10-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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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돌연 남북관계는 절연되고 오가는 말은 험하다.



열흘 전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매일경제는 베이징에서 한ㆍ중 전문가 포럼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왜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돌연 무산시켰나\" \"김정은은 언제쯤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날 것인가\" \"중국은 개성공단 국제화나 금강산 관광 사업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들이 중국학자들에게 쏟아졌다. 답변은 명쾌했다. 김정은은 핵(核)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는 한 중국을 올 수 없다는 것이고, 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시킨 것은 나이 어린 김정은의 경솔한 결정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시진핑 주석은 APEC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북은 추가적 핵실험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모습은 정치군사적인 면에서 무대 앞 장치다. 사물은 정면과 후면이 다를 때가 많다.



포럼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북ㆍ중 국경지역을 갔다.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동항(東港)대교는 전액 중국돈으로 건설되는데 완공하려면 불과 몇 십m 남았다. 이제 신의주 철교 하나에 달랑 매달리던 시대는 과거다. 자동차가 4차선 대로로 윙윙거리며 달릴 큰길이 뚫리면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신의주 반대편인 나진ㆍ선봉 쪽이 훨씬 활발하다. 얼마 전 러시아가 약 4000억원을 들여 하산~나진 간 완공한 철도는 용(龍)에 밀리지 않겠다는 북극곰의 도전이다. 훈춘~나선 간 고속도로가 완공돼 옌볜지역의 3배에 달하는 물동량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한다. 현지 상품 값은 옌지보다 20%가량 비싼데도 북한 전역으로 불티나게 팔려 들어간다는 것. 중국은 나진항을 10년간 빌려 물동량을 태평양으로 진출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질세라 자루비노항(港)을 말쑥하게 정비해 일본 측 화물을 시베리아철도를 활용해 유럽으로 실어보낸다.



용쟁웅투(龍爭熊鬪). 중국 러시아의 각축이 100년 전 조선 말기처럼 북한을 향해 쏟아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 국경에서 우리는 두 가지 가슴 철렁한 스토리를 듣게 된다.



하나는 북한 상권의 9할가량을 중국인(華商)이 점령해버렸다는 것. 거의 북한 모든 주부들이 장마당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 상인들과 접촉하며 북한 주민들도 아주 잇속에 영리해졌다. 향후 남북경협에서 우리 경제인은 MB정부 5년 전과는 상상도 못할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장차 통일 후 화상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최대 난제가 될 거다.



두 번째 놀라운 얘기는 김정은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지휘부가 젊은 세대로 크게 바뀌는 중인데 이들은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갖고 있던 `내 것은 지킨다`는 자존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이득을 주면 그게 내 편이지 흑묘백묘를 안 따진다는 것이다. 주체사상도 통일정신도 희미해져 간다.



북한 정부와 상대하는 UNDP 관계자들은 북한 주민의 휴대폰 보유자가 무려 230만명이나 된다고 전한다. 평양을 다녀온 사람들은 아주 크게 변했다고 말한다. 큰 그림을 보면 북쪽에서 동(나진ㆍ선봉)과 서(신의주)쪽 지역에서 뒷문은 크게 열려 간다. 국경의 밤이 100년간의 고독에서 깨어난다. 한국의 역할은 개성공단이란 `섬`에 갇혀 있다. 이제 한ㆍ중ㆍ러 간 북한을 두고 그레이트 게임이 시작된다. 시간은 한국의 편인가.



마침 제2회 중ㆍ조(中朝)무역박람회가 단둥에서 성황리에 어제 시작했다는 뉴스가 떴다. 남북한 경협도 민간이라는 트로이 목마를 깊숙이 띄울 시점이 오지 않았을까. 중국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조정래의 `정글의 만리`에 벗은 모습으로 나온다. 중국을 30년 만에 개벽시킨 것은 관시(關係)와 부패였다. 그것은 정부의 역할 밖에 있다.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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