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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9.23] '成長' 포기한 여야의 나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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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139회 작성일 2013-09-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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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경제조항들을 보라… 거기엔 성장에 대한 합의 있어

헌법 아니었으면 세상에 없었을 대통령 국회의원이 反헌법 앞장

큰 그림 없는 여당이나 대안 없는 야당이나 책무 몰라









우리나라 헌법은 헌법 119조부터 127조까지 9개 조문에 걸쳐 경제 관련 내용이 나열돼 있다.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의 것이라는 원칙을 지키라는 조문부터 국토 개발, 중소기업 육성, 과학기술 발전, 소비자 보호까지 열거하고 있다. 국방상, 국민 경제상 간절한 필요가 없는 한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국가가 맡아야 할 책무라고 했다.



어쩌면 헌법이 경제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1987년 왜 이런 헌법을 만들었는지 알아보려고 그 시절로 되돌아가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헌법에 \'경제\'라는 챕터(章)를 따로 설정했던 그때만큼이나 지금도 경제는 나라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경제가 무너지면 헌법도 거추장스럽고 민주주의도 다 헛것이라는 게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어느 한 조문(119조)만 떼어놓고 보면 성장이 먼저인지 분배가 우선하는 건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9개 조문 18개 항목을 연결해 보면 그 밑에 흐르는 경제 철학이 드러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장(成長)주의 노선이다. 50여년간 우리들이 믿고 따랐던 성장 제일주의 사상이 헌법에 삽입된 것이다. 이런 국민적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경제성장이 생활의 풍요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동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성장 중시의 철학이 인류 사회에 자리 잡은 시기를 놓고 논란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성장을 국가 목표로 설정한 시기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된 1962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51년의 세월이 흘렀다. 성장 철학이 20세 이상 성인(成人)으로 구성된 2개 세대(世代)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다수 국민이 \'성장은 어쨌든 좋은 것\'이고, \'성장을 해야 소득이 올라가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



성장 신앙이 이처럼 강한 나라에서 치른 지난 대선은 이질적인 공약이 앞섰던 선거였다. 여당 야당 모두가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앞세웠고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분위기는 나눠 먹자는 쪽이었지 키우자는 쪽은 아니었다. 이만큼 커졌으니 빈곤층을 배려하고 중소기업에 한 숟가락 더 줄 때도 됐다는 식이었다. 어느 당도 성장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대선 때 경제에 관한 한 여야 간에는 나쁜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률은 높일 수 없으니 너도나도 성장 전략은 내놓지 말자. 분배 정책으로 달려가자. 너무 앞서 잘나가는 재벌들은 좀 혼내주자. 헌법도 \'적정한 소득의 분배(119조)\'와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전문)\'을 강조하고 있으니 누가 나무랄 수도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는 경제는 가만 놔두어도 대충 굴러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깔려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낙관론의 근거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다 죽어간다던 회사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재탄생한 소수(少數)의 사례를 제시한다. 이런 암묵적 합의가 지금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회는 정쟁으로 겉돌고 있고 성장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는 전무(全無)하다.



집권 세력부터 대선의 연장 선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은 내놓지 않고 자잘한 투자 촉진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창조경제도 \'개봉 박두\' 간판만 걸어놓고 영업은 언제 시작할지 모를 레스토랑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경기 활성화가 늦어지는 이유를 민생 법안을 외면하는 야당의 책임으로 떠넘기려고 애쓴다.



대선의 궤도 위를 맴돌고 있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투쟁 이미지만 높게 쌓아가고 있다. 이는 경기를 부추기려고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민주당이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권당과 똑같이 저성장은 피할 수 없다는 \'성장 한계론\'에 갇혀 성장의 물꼬를 트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경제에 관심 없다는 인상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헌법이 없던 시절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인들이다. 헌법 덕분에 직업을 갖게 된 운명 공동체다. 이들이 헌법상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자기 직업의 기본 임무를 망각한 짓이다.



비정규직을 줄이려면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있는 현행 노동법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농업에 기업의 기술 투자가 이루어지면 농업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무원이 휘두르는 무서운 권한을 깨지 않는 한 투자 붐은 일어나지 않고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없다. 정치 지도자들은 성장을 위한 직업적 책무를 \'국민 행복\' \'보편적 복지\' 같은 번드르르한 구호 밑에 깔아뭉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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