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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칼럼/7.2] 오바마 시진핑, 다음은 아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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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158회 작성일 2013-07-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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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성과 거둔 박 대통령, 이젠 ‘난적’ 일본을 만날 때

비정상 한일관계 너무 길어… 아베 만나 현상타개 하는 게

3국 외교의 분명한 다음 과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화려했다. ‘대통령 박근혜’라는 무게에 더해 ‘인간 박근혜’의 인기도 성공을 견인한 게 분명해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가장 뿌듯한 3박 4일이었을 것 같다. ‘윤창중 벼락’을 맞은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이번 회담이 더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박 대통령 방중을, 뭐라 할까, 속 편하게 지켜보지 못한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은 소외감을 느꼈고, 역사 문제 논의에 민감했다. 공동성명에서 ‘역사 문제로 역내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 것이 일본을 성토하는 것쯤은, 일본이 더 잘 안다. 역사 문제로 한중이 맞잡은 손이 영토, 경제, 외교 영역까지 ‘만능줄기세포’처럼 뻗어나가는 상황은 일본이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요즘 한일관계는 꼭 40년 전 김대중 씨를 일본에서 납치했던 사건 이후 최악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경색 패턴’은 최악이다. 한일관계는 기복이 심해 흔히 롤러코스터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롤러코스터 자체가 멈춰버렸다. 더 나쁜 것은 양쪽 모두 수리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한일관계는 대통령 임기 후반에 나빠지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개선 쪽으로 움직이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초장부터 꽉 막힌 것도 특이하다. 양국의 원로그룹이 세상을 뜨면서 막후교섭이 사라지고 한일의원연맹 같은 순기능 단체도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일본 쪽만 보면 자민당의 독주를 견제할 만한 정치세력이나 사회단체가 힘을 잃어버린 것도 나쁜 조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야 한다. 국민감정이 납득하겠느냐, 만나서 무슨 성과가 있겠느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질문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있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지금 두 나라 관계는 정상이 아니다.



우선 국민감정에 관한 문제다.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 이어 이번 방중에서도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았다. 일본의 아픈 데를 취임 초부터 이처럼 자주 공박한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 미국 다음에 일본이 아니라 중국을 방문한 대통령도 그가 처음이다. 일본은 이 대목도 아프게 생각한다. 그런 박 대통령이 일본과 만난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없다.



성과의 문제도 그렇다. 국가 간의 경색을 푸는 데 정상회담만 한 것이 없다. 문제는 평가인데, 아베 총리를 만나 버락 오바마와 시진핑을 만났을 때만큼 성과를 내라고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적이라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도 현미경을 들이대면 핵심인 북핵 의제와 탈북자 강제북송, 불법어로 등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성과에 묻혀 지나갔다. 일본과는 똑 부러지는 성과물을 내기 힘들다. 현상 타개의 돌파구만이라도 열겠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이지만 그건 전적으로 일본의 책임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더 남아 있다. 꼭 만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아쉬울 게 없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우리는 지금 중국과의 밀월을 꿈꾸고 있다. 옳은 방향이다.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중국이 언제까지 우리와 어깨동무를 해줄지 누가 알겠는가. 일본은 중국과 달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다. 만에 하나 역내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할 때가 온다면 유일하고도 가능한 카드는 한국과 일본이 손잡는 경우뿐이다. 이미 갖고 있는 카드를 버리는 건 어리석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기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놓고, 역내 안정을 위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제창했다. 두 구상의 성공을 위해서도 일본은 필요하다. 우리는 역내의 한중일 삼각 구도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한미일 삼각 협력관계도 함께 굴려 나가야 한다. 눈앞의 북핵 6자회담과 멀리는 남북통일 국면에서도 일본은 긴요한 우군이다.



예전 정부는 한일 간에 파고가 높아져도 국민감정에만 충실하면 욕먹을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정치적으로 두 나라가 등을 져도 사람, 돈, 물건은 별 탈 없이 오간다. 국민감정도 명분과 현실을 구분할 만큼 진화한 것이다. 국민감정과 국익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면 정부도 신념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때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중 정상은 올해 안에 제6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5월에 중국이 꺼려 무산된 회의다. 주최국은 우리다. 박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3국 정상회의와 별도로 하는 게 모양이 좋으나, 정 시간이 없으면 3국 정상회의 바로 전날이라도 괜찮다. 위험이 클수록 이문은 많이 남는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낸다면 박 대통령은 3국 외교에서 모두 호평 받는 드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심규선 논설위원실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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