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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5.18] 정준양 사례의 역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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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27회 작성일 2012-05-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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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최고 정신은 한군데서 만난다. 인간행동에 관해 논어와 성서의 으뜸가는 양식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은혜를 입는 사람은 갚아야 한다. 박영준에게서 \"다음 회장은 당신\"이라고 전화받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나는 저 사람에게 은혜를 입었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박영준 뒤에는 영포라인이 있었다 하고 그들이 정 회장을 낙점했을 때는 동서양의 황금률을 어찌 염두에 두지 않았겠는가.



포스코는 MB정부 아래에서 계열사가 40개 가까이 늘어났고 박영준이 돈을 받았다는 명목으로 감옥에 들어간 파이시티 관련 공사도 포스코건설이 수주했다. 이런 과정들은 검증받는 계기가 있을 것이다.



이번 폭로로 정 회장의 명예에는 흠집이 갔다. 차후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법, 관행, 제도를 고쳐야 문명인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큰 공기업인 포스코 KT 한전 그리고 큰 은행의 회장 자리, 각종 공사의 CEO 자리는 전리품으로 여겨지고 승리자의 편이 차지해 왔다는 말들은 무성했다. 그러나 측근들이 농단한 증거가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공개된 건 처음이다. MB정부 초반 청와대비서관이 공기업 대표들을 모아놓고 호텔에서 조찬모임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영포라인이 A를 CEO에 앉힌 후 벌어지는 일에 대해 추론을 이어가본다.



첫째, A를 앉힌 게 청와대의 뜻이라고 했다는데 청와대 누가 그랬는가. 그는 청와대의 이름을 팔아 국가기업을 자신의 영욕을 채우는 데 악용하지 않았는가.



둘째, 청와대는 민영화돼 있어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포스코의 경영진을 마음대로 정할 권한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셋째, A는 그 회사의 가장 유능한 적임자인가. 만약 그보다 더 훌륭한 인재가 밀려나면 기업이 보는 피해와 종업원 사기 저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넷째, 다른 공기업이나 은행 등에 발탁된 B, C, D, E 같은 회장들이 자신에게 적용된 황금률의 작동자의 뜻을 알고 특정 인맥을 우대하는 줄세우기를 하고 다른 지역이나 경쟁자들을 내쳐버린다면 그 기업의 총체적 경쟁력은 추락하지 않겠는가. 이상 열거한 네 가지 의문들은 근거 없이 나열된 것이 아님을 이 글을 읽는 이는 알 터이다. 여러 공기업 분위기가 인사문제로 폭발지경이라 한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Apple)은 스컬리가 회장으로 있을 때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후 벌어진 차이는 가히 천양지차였다. 똑같은 군대를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지휘할 때의 차이는 흥망을 갈랐다. 리더의 차이는 이렇게 무섭다. 대기업 경영인도 기업의 성쇠를 가른다. 포스코 매출액은 작년 40조원에 종업원이 1만7600명이다. 이런 큰 기업이 삐끗하면 나라경제가 휘청거린다. 한국 공기업 거버넌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GE처럼 후계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잭 웰치가 쓴 자서전을 보면 GE는 차기 회장이 될 만한 후보를 최소한 5년 전부터 명단을 만들어 여러 가지 사업 분야를 맡기면서 채점을 해간다. 1년 전부터는 후보군을 좁혀 치밀한 인터뷰를 통해 낙점한다. 그러고 보면 현재 포스코에서 물정도 모르는 사외이사 몇 명이 간 보듯이 시늉 인터뷰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은행 등 굴지 금융회사들도 미국 영국계의 경우 CEO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후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비행기 사고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번 연임할지, 정년을 65세, 혹은 70세로 할지 그런 규칙도 제정해 놓고 있다. 이번 정준양 회장 사태가 거론된 걸 계기로 차기 정권은 그런 프로그램에 따라 운행해야 할 것이다. 정치꾼들이 아무런 권한도 없이 간여하면 엄단해야 한다. 혹자는 미국도 정권 탄생 사단에겐 전리품을 주는 관례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대개 별로 바쁜 일자리가 아닌 곳에 대사로 보낸다. 한국도 그렇게 하면 된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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